[인문사회]관혼상제로 본 한국인의 일상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사람의 한평생/정종수 지음/324쪽·1만5000원·학고재

민속학자가 발로 뛰며 건져 올린 한국인의 전통 통과의례 이야기.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 어른이 되고, 평생의 배필을 만나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를 여의며 살다 죽는 그 과정의 의례들을 생생한 현장 기록으로 소개했다. 저자는 출생, 관례와 혼례, 상례와 제례 등 인생에서 중요한 세 시기를 나누어 글을 전개한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의례의 다양한 면모와 감춰진 이야기가 재미있게 다가온다.

죽은 지 사흘이 지나야 시신을 관에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소생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혹 돌아가신 부모가 다시 살아날지 모르니 적어도 사흘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장례를 치르기 위한 물품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멀리 있는 친척들이 부음을 듣고 찾아오는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미리 시신을 묶어 관 속에 넣어 버리면 친척이나 자식이 돌아가신 부모의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옛 전통사회에서 일반 서민들에겐 성인식이 특히 중요했다. 성인으로 인정받아야 품삯이 반값에서 온 값으로 오르며, 품앗이도 반품에서 온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마을의 집회소인 사랑방 출입도 성인이 되어야만 가능했다.

이 밖에 60년을 함께 산 부부만 지낸다는 회혼례는 어떤 것인지, 제사는 몇 대 조상까지 모셔야 하는지, 상을 당한 이웃집에 왜 팥죽을 쑤어다 주었는지 등 흥미로운 얘기로 가득하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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