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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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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회 요강에 주최기관 이름 뺀채 파행 진행
세계적 권위 ‘서울국제마라톤’ 체육회 지원금 없애
‘男무용수 병역혜택 축소’도 동아콩쿠르에만 해당
세금으로 내는 정부 광고, 본보-조선일보 등은 배제
정부는 11일 노무현 정부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비판 언론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광고 배제, 행사 협찬 제한, 회견 및 기고 금지 조치를 폐지하고 앞으로 각 부처가 자율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동아일보 등에 대한 ‘보이지 않는 탄압’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정부는 정부가 발주하는 광고를 언론사 논조에 따라 편파적으로 배정해 왔으며 특정 언론사가 주관하는 문화 체육 환경 등 행사의 협찬이나 후원도 통제해 왔다.
○ 문화 체육행사 협찬 제한
지난해 3월 동아일보 사업국에 과학기술부 관계자의 전화가 걸려 왔다. 과기부는 1979년부터 동아일보와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를 공동 주최해 왔다. 그는 “메이저 언론과 함께 행사하는 게 어렵겠다”고 말을 꺼냈다. “‘윗선’에서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권 차원에서 정부와 동아일보의 공동 사업을 막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대회는 동아일보와 과기부가 공동 주최하고 국립중앙과학관 주관으로 29년째 이어지고 있는 행사다. 전국 16개 시도의 초중고교생들이 매년 평균 15만 점의 발명품을 출품할 정도로 청소년을 위한 과학 행사로 자리 잡아 왔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올해만 동아일보라는 이름을 빼고 겉으로는 과학관의 단독 행사인 것처럼 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국립중앙과학관은 대회 개최 요강에서 주최 기관인 동아일보의 이름을 뺐다. 정부가 동아일보와 공동 주최한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한 것이다.
8월 개회식을 앞두고는 “올해만 양해해 달라. 개회식을 생략하면 안 되겠느냐”고 알려 왔다. 개회식에는 공동 주최자인 정부의 고위 인사가 참석해 인사말을 해야 하는데 그 인사가 부담을 느꼈거나 정부 측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 권위의 마라톤대회인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대회는 대한체육회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1억∼2억 원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2004년 9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열린우리당의 정청래 의원이 특혜라고 압박하면서 지원비가 전액 삭감됐다.
남성 무용수와 음악가에 대한 병역 특례를 폐지한 ‘병역법 시행령 개정안’도 동아일보 등 비판 언론사의 문화사업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견제 조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동아무용콩쿠르, 동아음악콩쿠르 금상 입상자의 병역 특례가 사라질 처지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차원의) 동아일보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한몫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노무현 정권의 말기가 가까워지면서 비판 언론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며 “비판 언론사들의 사업에 대해 정부의 제재가 반복되면서 실무자들이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주요 사업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견제 | |||
| 사업(행사) | 내용 | 주최 기관 | 정부의 조치 |
|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 ―1979년부터 29년째 지속 ―발명품 경진대회를 통해 초중고교생의 창의력과 탐구심 고취 | 동아일보와 과학기술부 공동 주최 | ―정부 공식 개최 요강에서 ‘동아일보 공동주최’ 부분 삭제 ―동아일보에 공동 주최 중단 압력 |
|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대한체육회가 연간 1억∼2억 원을 지원 | 동아일보 서울시 대한육상경기연맹 공동주최 | ―지원비 전액 삭감 |
| 동아무용콩쿠르 동아음악콩쿠르 | ―국내 최고 권위의 무용·음악 콩쿠르로 1위 입상자에게 병역 특례 | 동아일보 | ―병역법 시행령 일부 개정을 통해 병역특례 폐지 |
○ 편파적인 광고 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