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버거운 삶에 고개숙인 우리 이웃들의 풍속화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1분


◇을지로순환선/최호철 지음/176쪽·1만8000원·거북이북스

책을 펼치는 순간 당황한다. 만화인가, 풍속화인가. 기법은 만화지만 이 시대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 낸 솜씨는 분명 풍속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우리 이웃, 서민, 변두리 풍경을 그렸다. 작가의 시선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듯 우리네 삶을 그리다가 사람들 시선보다 아래로 내려가 군상들의 표정을 살핀다. 일터와 쉼터를 오가는 지하철 2호선에 탄 사람들의 우울한 표정 속에 현대인의 버거운 삶이 고개를 내민다. 그림 옆에 쓴 짧은 글도 일품이다. 우산 팔러 허겁지겁 나왔다가 비 그쳐 고개 푹 숙인 우산장수 아줌마 옆에 이런 글을 썼다. “아직 꾸물꾸물 구름이 있으니 기왕 나온 거 다음 비를 기다려 보자.” 코끝이 시려 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