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47>酒中不語眞君子, 財上分明大丈夫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酒中(주중)은 술자리 또는 술을 마신 상태를 가리킨다. 不語(불어)는 말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입을 닫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君子(군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본래는 통치자나 귀족 남자를 가리키며 임금을 의미한다. 小人(소인)이나 野人(야인)과 상대적인 의미이다. 일반적으로는 도덕과 재능이 출중한 사람을 가리킨다.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호칭으로,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존칭으로도 쓰인다.

財上(재상)은 재물이나 금전 문제에 있어서라는 뜻이다. 分明(분명)은 명확하고 뚜렷하다는 뜻이 있고, 환히 분별한다는 뜻도 있으며, 광명정대하여 떳떳하다는 의미도 있다. 여기에서는 떳떳하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大丈夫(대장부)는 기개가 있고 지조가 곧으며 큰일을 할 사람을 의미한다. ‘孟子(맹자)’에서는 부귀 앞에서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고, 빈천해도 마음을 바꾸지 않으며, 위세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술은 긴장을 풀어주며 기운을 북돋기도 한다. 또 남과의 소통에 좋은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역대의 시문 중에는 술을 부정적으로 노래한 경우가 극히 드물고, 또 술을 군자의 별칭으로 부르기까지 하였다. 그러니 군자와 술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말실수를 하지 않으면 참된 군자라 하였으니, 그만큼 쉬 말실수를 초래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생활을 영위하며 벗어날 수 없는 금전문제에서 떳떳하지 못하거나 계산이 분명하지 않고는 대장부로서의 자세를 지킬 수 없다. 생활 속에서 군자와 대장부의 모습이 그리 아주 멀리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역시 노력 없이 쉬 될 리는 없다. 明(명)의 ‘增廣賢文(증광현문)’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