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록’으로 벽을 뚫다… 강렬한 록 콘서트 방불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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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 소재 콘서트 뮤지컬 밴디트

한 편의 록 콘서트를 보고 온 기분이다.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 ‘밴디트-또 다른 시작’은 객석에 앉아 차분히 감상하는 뮤지컬이라기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함께 열광하는 콘서트에 가깝다.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출구도 퇴로도 없었던 여자 죄수들이 밴드 ‘밴디트’를 결성해 탈옥한다는 이야기.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록 음악의 강한 비트가 커튼콜이 끝난 후에도 좀체 사라지지 않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할 점은 주인공들이 가수라는 것. 실제 역할과 묘하게 겹쳐지며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는 그녀들을 만났다. 공연은 3월 2일까지 서울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02-552-7058).

○ 소찬휘 “한물간 가수 되지 않으려 다짐도 하고…”

소찬휘(36)가 맡은 배역은 198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한경애. ‘한물 두물 간’ 것도 모자라 지방 나이트클럽에서조차 기억 못하는 퇴물이 돼버렸다. 자신을 돈으로만 보는 남편을 차로 깔아뭉갰다. 형량은 무기징역, 병명은 정신착란증.

소찬휘는 이 배역이 떨어졌을 때 걱정이 앞섰다고. “주위에 마약중독은 아니지만 가수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동료가 많아요. 그 친구들 잘살았으면 하는 마음과 ‘내가 만약 한경애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면서도 난 한경애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도 하고….”

2001년 뮤지컬 ‘세븐 템프테이션’으로 데뷔한 그는 ‘루나틱’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뮤지컬 출연작. 그는 내년 5월 앨범을 준비 중이다.

○ 리사 “생애 첫 뮤지컬… 더불어 일하는 맛”

‘사랑하긴 했었나요’로 데뷔해 최근 3집을 발표한 가수 리사(28). 가녀린 외모에 주로 부드러운 리듬앤드블루스(R&B)를 불러왔던 그에게 떨어진 첫 뮤지컬 배역은 ‘머리 좋은 잡범’ 영서 역이었다. 역할 특성상 반항적이고 욕도 서슴지 않는다. 대본을 보고 욕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는 그는 대본에서 욕을 빼는 대신 ‘새침하면서 반항적인’ 자신만의 영서를 만들어가는 데 노력했다. 첫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는 이제 무대에서 놀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가수로서 3분 30초 동안 무대에 섰을 때 저만 생각한다면 뮤지컬 무대는 사람들과의 교감이 중요한 거 같아요.”

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음악예술학부 교수인 그는 2월 중순 작품 전시회도 연다. 무대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 작품에 배어나올 것이라고.

○ ‘벨라마피아’ “공연 수록곡 담아 첫 앨범 내요”

여성 4인조 밴드 ‘벨라마피아’ 멤버 현쥬니 김수진 이원영 송은화에겐 이번 공연이 데뷔무대와도 같다. 홍익대 인근 라이브 클럽에서 100여 회 공연하며 잔뼈가 굵어졌으나 아직 앨범은 내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불쑥 들어온 뮤지컬 제의에 당황했지만 원캐스팅으로 매일 120회 라이브를 치르는 만큼 가수로서 트레이닝할 기회로 삼았다.

첫 무대에서는 “쟤네 배우야 밴드야?” 궁금해하던 사람들이 팬으로 돌아섰다. 이젠 팬클럽 회원이 600명 정도 늘었다고. 멤버 모두 작곡 능력을 갖추고 있는 실력파 밴드답게 공연 삽입곡 중 ‘꺼져버려’ ‘다시 한 번’ ‘널 기도해’ 등 3곡은 직접 짓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면 이 곡들이 담긴 첫 앨범이 나올 계획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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