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미술경매 거품 꺼진다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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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변 D옥션 경매장. 올해의 마지막 메이저 미술 경매여서인지 경매장은 300여 명의 사람으로 가득 찼다.

경매가 시작되고 10여 분 지났을까. 오치균 김종학 변시지 사석원 이왈종 권순철 씨 등 ‘잘나가는’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경매에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뜨거운 응찰 경쟁은 거의 보이지 않고 줄줄이 유찰되고 말았다.

이날 경매 낙찰률은 73.5%, 낙찰총액은 40억 원. D옥션 9월 경매의 낙찰률 97.6%, 낙찰총액 128억 원, 10월 경매의 낙찰률 87.4%, 낙찰총액 57억 원에 비하면 뚝 떨어진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치솟던 작품 값 약세로 돌아서

이날 D옥션 경매 결과는 미술 시장에서 거품이 빠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올해 상반기 거칠 것 없이 치솟던 작품 값이 적잖이 떨어지면서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고 블루칩 작가인 이우환 김종학 사석원 씨 등의 고가 작품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유찰되는 경우도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8일 D옥션 경매에서도 국내 작가 작품의 경우 1억 원 안팎의 고가 작품은 유찰이 많았다. 반면 1000만 원 안팎 작품들은 낙찰률이 높았다. 투기 목적으로 수억 원의 작품을 구입하는 ‘묻지 마 투자’에서 실질적인 구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D옥션 차효준 상무도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 분명하며 내년에도 거품이 빠진 가격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정상적인 가격이 오히려 미술 시장을 좀 더 지속적으로 지탱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작품 1억 원 안팎서 꾸준이 팔려

반면 이날 경매에서 외국 작품의 인기는 높았다. 특히 마르크 샤갈과 같은 작가의 고전적인 작품, 앤디 워홀의 작품과 같은 팝아트 작품들이 1억 원 안팎에서 팔려 나갔다. 올해 들어 새롭게 형성된 외국 작품 구매 열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웨민쥔(岳敏君) 장샤오강(張曉剛) 등 중국 작가의 열기는 하반기 들어 주춤하고 있다. 이는 중국 미술의 지나친 가격 급등에 대한 경계 심리, 너무 비슷비슷한 화풍 등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고미술품 90%대 낙찰률에 가격도 높아

2, 3년 전까지만 해도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은 고미술품이 주도했다. 하지만 올해엔 근현대 미술로 투자가 집중되면서 전통 고미술 거래는 거의 끊겼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미술 거래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도 고미술품이 선전했다. 출품된 11점 중 10점이 낙찰돼 90.9%의 낙찰률을 기록했고 가격도 높았다. 십장생을 그린 조선 후기의 ‘쌍폭(雙瀑) 십장생 병풍’이 5억 원에, 곤륜산 요지(瑤池)에서의 연회를 그린 ‘요지연도(瑤池宴圖)’가 3억4000만 원에 낙찰되는 등 모두 추정가를 상회하는 가격에서 낙찰됐다.

고미술과 근현대 미술이 균형을 이뤄야 시장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미술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과연 고미술의 회복세가 2008년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 미술계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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