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풀밭 위의 돼지’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코멘트
◇ 풀밭 위의 돼지/김태용 지음/304쪽·1만 원·문학과지성사

김태용(37) 씨는 등단 이후 한 몸에 주목을 받은 신인 작가다. 발표작마다 ‘문제작’으로 꼽히면서 데뷔 2년 만에 첫 소설집을 냈다.

“강박적으로 떠벌리지 않는 한, 불안은 소멸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그것은 불안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소설가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대안 중 하나”(평론가 김형중)라는 분석처럼 김 씨의 소설은 ‘중얼거림’으로 가득하다. 그 중얼거림은 불친절하기 이를 데 없어서, 독서에 집중하지 않으면 줄거리를 놓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눈에 힘을 주고 집중할 가치가 있다. 이 불온한 소설은 자신이 처한 자리에 순응해 온 현대인들에게 ‘반란’을 요구한다. 표제작 ‘풀발 위의 돼지’에서 돼지와 아내와 함께 사는 화자는 언젠가 돼지가 아내를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괴로워한다. 어느 날 아들이 찾아와 어머니는 오래전에 죽었다고 전하고, 화자는 아들이 미쳤다고 여기면서 ‘나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다’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확실하게 무너뜨리는 이 이야기는, 그뿐 아니라 ‘가족’으로 상징되는 제도와 관습에 대해서도 낯선 문제의식을 던진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 집’에서도 가족은 죽어서도 가족 행세를 하는 아빠와 단절을 꾀한다. 그 ‘아빠’는 ‘기성’이며 ‘체제’다. 가족 구성원들이 소설에서 웅얼거리는 것은 그 ‘아빠’를 부수기 위해 커다란 용기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혼잣말, 혼자 생각 같은 소설을 통해 불안함을 온몸으로 표출하며,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가족을 부정하고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투항 대신 전복을 택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