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을 것 같아” “첫판 승패가 중요”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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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전 51기 도전기 내달 1일 개막▼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수전 51기 도전기가 11월 1일 막이 오른다. 도전 무대에 오르는 기사는 국수인 윤준상(20) 6단과 도전자 이세돌(24) 9단. 두 대국자의 역대 전적은 1승 1패. 49기 국수전에서 두 번 뒀다.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두 기사에게 이번 도전기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올 7월 왕위전 도전기에서 이창호 9단에게 2-3으로 역전패한 뒤 부진에 빠진 윤 국수로선 국수전의 선전이 슬럼프 탈출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 9단은 첫 국수위 등정이라는 의미가 있다. 프로 기사들에게 ‘국수’란 명칭은 입단할 때부터의 꿈이다.》

▽패기 윤준상=“요즘 성적으로 봐선 제가 도전자 처지에서 둬야죠. 이 9단과 두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강자를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그는 무엇이 재미있을까.

“많이 두지 않은 기사와 대국하면 새로워서 재미있어요.”

옛 기사를 뒤져 보니 올해 이창호 9단과 왕위전 도전기를 둘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젊은 기사의 패기가 느껴진다. 그래도 기세충천한 이 9단이 두렵지 않을까.

“세돌 형은 특별히 약한 데가 없어요. 초반 포석 감각이 특이하긴 하지만 중반전이 워낙 강해서 약점이라고 보기 힘들죠. 저요? 전 다방면으로 약해요. 하하.”

주변에선 그가 왕위전 도전에 실패한 게 뼈아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국수위를 딴 뒤 왕위전까지 쟁취했으면 바둑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왕위전 실패 후 성적은 6승 5패로 반타작에 그치고 있다.

“기세가 꺾인 건 맞는 듯해요. 어쩔 수 없죠. 한동안 집중이 되지 않더라고요.”

국수전 1국에 대비해 이 9단의 기보를 보면서 준비하는 게 있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허허실실 그 자체였다.

“체력 관리, 컨디션 관리하면서 잘 먹고 잘 쉬는 게 준비예요. 특별한 작전 구상은 없어요. 제 스타일대로 둬야죠. 누구에게 맞춰 두는 체질이 아니어서요.”

승패를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 머뭇거리다가 3승 1패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왜 그럴까.

“5국까지 가면 너무 부담스러우니까요.”

▽관록 이세돌=“1국이 중요합니다. 서로 공식대국을 2판밖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1국을 이기는 쪽이 기세를 탈 겁니다. 1국을 이긴다면 쉽게 우승할 것이고 진다면 어려운 승부가 되겠죠.”

이 9단의 인터뷰는 시원시원하다. 대부분의 프로기사가 질문을 받으면 머뭇거리는데 이 9단은 다르다. 1국을 져야 어려운 승부가 된다는 그의 말은 이번 도전기에 자신 있다는 또 다른 표현으로 느껴졌다.

“상대를 파악하는 건 기보만으로 힘들어요. 직접 몸으로 부딪쳐야 알 수 있는 세계가 있어요. 한 상대와 여러 번 두면 ‘아, 상대가 이때는 이렇게 두겠다’는 느낌이 와요. 그럼 바둑 두기가 훨씬 편해지죠.”

그의 성적은 올해 괄목할 만하다. 현재 국내외 기전 6관왕에 명인전 결승에선 2승으로 타이틀 획득 직전이다. 명인전과 국수전, 그리고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까지 접수한다면 9관왕에 오를 수 있다.

“아직은 최강이라고 말하기 이르죠. 국내 랭킹도 이창호 9단 다음이잖아요.”

그러나 그의 겸양은 수없이 인터뷰를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 같았다.

그에게 윤 국수의 기풍이 어떠냐고 물었다.

“두텁고 힘이 좋은 바둑이에요. 최철한 9단이 성적을 내기 전과 비슷하죠.”

그의 말은 윤 국수를 정상권으로 분류하기엔 아직 덜 익었다는 뜻일까.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바둑판 한국 시리즈▼

팀대항 한국바둑리그 4팀이 PO 치러

영남일보는 진출 확정… 2~6위 박빙

한국바둑리그 순위
순위승패
영남일보 19승 3패
제일화재 28승 4패
울산디아채37승 5패
신성건설47승 5패
월드메르디앙56승 6패
한게임66승 6패
킥스(kixx)74승 8패
대방 노블랜드81승 11패

한국바둑리그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막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8팀이 겨루는 바둑리그는 총 14라운드를 치르는 단체 대항전으로 라운드마다 팀당 5명의 선수가 대결해 승패를 가린다. 바둑리그는 프로야구처럼 3, 4위 팀의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바둑리그 최종결승 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12라운드가 치러진 현재 1위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정됐지만 나머지는 2∼6위권 팀이 박빙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1위는 9승 3패의 영남일보로 남은 두 라운드를 모두 패해도 최소 3위를 기록할 수 있다. 2위 제일화재(8승 4패), 3위 울산디아채(7승 5패)는 7분 능선을 넘은 상태. 이들은 1승 1패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하다.

울산디아채는 전반기 2승 5패로 하위권에 머물다 후반기 5연승을 거둬 3위로 급부상했다. 4위 신성건설과 승패는 동률이지만 개인별 승수가 많아 3위에 올라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이 패하더라도 0-3으로 패한 팀은 승수가 0이지만 2-3으로 진 팀은 승수가 2가 된다. 현재 울산디아채는 승수가 30이며 신성건설은 26이어서 울산디아채의 순위가 높은 것.

4위 신성건설은 1승 1패를 해도 6승 6패인 5위 월드메르디앙과 한게임이 2승을 거둘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 경우엔 역시 개인별 승수를 따져 봐야 한다. 월드메르디앙과 한게임은 1패만 있어도 탈락이 확정된다.

24∼26일 열리는 13라운드 1경기는 1위 영남일보와 2위 제일화재의 대결로 치러진다.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먼저 최종 결승에 진출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대국이다. 일단 이세돌 조훈현 9단, 김주호 7단을 보유한 제일화재가 명성 면에선 앞서지만 허영호 홍민표 이영구 6단, 김지석 4단 등 신예의 기세로 1위에 올라 있는 영남일보의 선전이 기대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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