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중산층 부활’ 노하우…‘미국개조론’

  • 입력 2007년 10월 20일 03시 13분


◇ 미국개조론/테드 할스테드 엮음·이종삼 황주석 옮김/2만5000원·381쪽·한울아카데미

이 책은 1999년 설립된 워싱턴의 새로운 싱크탱크 뉴아메리카파운데이션(NAF)과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가 공동 기획해 같은 잡지에 연재한 32개의 글을 모았다. 그 기본 정신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구태의연한 이념 정치에서 벗어나 미국의 전통적 실용의 정치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시장이냐 국가냐 하는 논쟁을 떠나 현재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창조적인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 책을 엮은 NAF의 CEO 테드 할스테드는 이를 ‘혁신적 중도(Radical Center)’로 표현한다. 이는 한국의 중도론과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혁신적 중도의 목표는 중산층의 번영이다. 마이클 린드 NAF 선임연구원은 미국을 ‘정치적 자유의 나라’뿐 아니라 ‘물질적 번영의 나라’라고 할 때 후자의 번영은 곧 중산층의 번영을 의미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영농민-산업근로자-서비스근로자로 변신을 거듭한 미국 중산층이 자본주의의 당연한 산물이 아니라 정부가 후원한 사회적 기획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자영농민의 번영은 미국 정부가 1800∼1848년 획득한 321만 km²의 농지를 1인당 65ha씩 무상 임대한 정책으로 이뤄졌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산업노동자의 번영은 국내 산업 보호와 이민자 억제 정책의 산물이었다. 1930∼70년대 서비스근로자의 번영은 루스벨트의 뉴딜, 트루먼의 페어딜, 존슨의 ‘위대한 사회정책’으로 이어진 일련의 복지정책을 토대로 이뤄졌다.

할스테드도 유사한 주장을 펼친다. 그는 미국 역사에서 3차례의 사회계약이 존재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건국을 목적으로 했고, 두 번째는 남북전쟁 이후 사회통합을 위한 것이었다면, 세 번째는 뉴딜정책 이후 중산층의 번영을 위한 것이었다. 1980년대 세 번째 계약에 일부 수정이 이뤄졌다. 더 많은 부의 생산을 위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암묵적 약속 아래 정부의 규제를 줄여 준 것이다. 그러나 중산층은 코너로 몰리고 있는 반면 고액 연봉을 받는 기업 경영자들의 잇따른 스캔들로 이런 약속은 깨졌다. 따라서 지금은 유연성과 공평성에 대한 국민적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제4의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 내용은 어떤 것이 돼야 할까. 상속세를 강화하고 지상파 채널을 포함한 무선 스펙트럼 사용료를 거둬야 하며, 초중등교육에서 학교선택권을 전면 실시하고 빈민지역 교사의 임금을 50% 인상하는 대신 우수 교원이 더 많은 봉급을 받도록 국가와 교원노조가 빅딜을 해야 한다는 것 등 다양한 제안이 넘쳐난다.

원래 이상주의자인 좌파가 이념에 투철하다면 현실주의자인 우파는 실용적인 법이다. 하지만 할스테드가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듯 요즘엔 우파가 신념에 더 투철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원제 Real State of the Union(2004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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