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들려주는 인생수업]‘요즘 며느리님’ 다루기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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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아들 결혼을 앞두고 있다. 친구의 아들은 소위 말하는 결혼 조건에서 며느리 될 사람보다는 뒤처지는 편이다.

친구는 속이 상해서 끙끙 앓았다. 결혼도 하기 전부터 며느릿감이 아들은 물론 시어머니가 될 자신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며느릿감은 시댁이 될 친구네 집에 잘 찾아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어쩌다 와도 뚱하니 앉아 있거나, 빨리 일어서고 싶어 아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는 것이다. 뭘 물어봐도 자신에 대한 호칭을 생략한 채 건성건성 대답하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친구 아들이 뜻하지 않게 과장으로 승진했다. 그러자 며느릿감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고 한다. 전화도 자주 하고 집에 찾아와서도 ‘어머님’ ‘어머님’ 하면서 싹싹하게 굴어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의 남편도 ‘아버님’으로 시작하는 긴 문자를 받고 놀랐다고 한다. 어쨌든 친구 아들은 승진도 하고 조만간 결혼식도 올린다고 하니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하는 친구의 표정은 씁쓸했다. 나도 “축하한다”고는 했지만 속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친구의 며느릿감은 승진 소식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아마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승진 소식을 듣고는 시댁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을 것이다. 주변 상황에 따라 말과 행동이 빨리빨리 변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즉각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나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기 전에 ‘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가’ 하고 한번 생각해 보자. 그것은 어른에 대한 공경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사에서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 하는 기본적인 예의다.

나는 친구에게 “며느릿감에게 옛날 방식으로 밥을 지어 보게 하라”고 충고했다. 요즘은 전기밥솥 덕에 밥 짓기가 수월해졌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엄마들은 계속 불 옆에 서서 밥이 잘되는지 지켜봐야 했다.

쌀을 씻어 물을 붓고 안친 다음 부르르 끓이면 밥이 되는 게 아니다. 급하게 센 불에 빨리 끓이면 오히려 밥이 설어서 먹을 수 없게 된다. 적당히 불 조절을 해야 하고, 뜸을 잘 들여야 한다. 그래야 차지고 맛있는 밥이 된다.

사람의 행동거지나 화법도 서서히 뜸을 들여야 속 깊은 맛이 나는 게 아닐까.

소설가 이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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