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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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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은 야망에 찬 젊은이들에게 기회와 약속의 땅이었다. 남북전쟁 후 안정된 국내 정치 속에서 동부에서는 석유 유전과 철도 개발이, 서부에서는 농장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해마다 10%를 넘나드는 고도성장을 이룩했고 세계 최대 산업국인 대영제국의 자리를 넘볼 정도였다.
이 고도성장기에 화려하게 등장한 경제계 히어로 4인방이 있었으니 너무나도 잘 알려진 앤드루 카네기(철강업), J P 모건(금융업), 존 록펠러(정유업), 제이 굴드(운송업)였다. 미국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은 공교롭게도 남북전쟁이 끝날 당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동시대인으로 미래 경제대국의 기초를 다져 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저자의 현미경으로 바라본 이들은 ‘상도(商道)’라는 관점에서 볼 때 결코 모범사례는 아니었다.
철강왕 카네기는 노동자들의 봉급을 삭감하고 노동 강도 높이기를 일삼는 무자비한 경영자로 원성이 높았다. 록펠러는 지방 관리들에게 뇌물 공세를 아끼지 않았으며 카르텔을 만들어 약소 기업을 협박하는 데 대가였다. 자사 주식을 공격해 동료 주주들을 쓰러뜨리고 이익을 취하는 ‘베어 레이드’의 일인자였던 굴드는 아예 ‘강도 귀족의 우두머리’로 통칭됐다.
그렇다고 이 책이 미국 자본주의의 그늘을 파헤치자는 목적을 지닌 것은 아니다.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는 정반대다. 해방 노예와 유럽의 이민자들로 넘쳐나던 노동력, 풍부한 땅과 자원. 여기에 달려든 4인방의 무한한 야심과 번뜩이는 상업적 재능은 19세기 자본주의를 사정없이 파괴했고 체제에 안주했던 사업가들을 궁지로 내몰았다.
굴드가 일으킨 철도회사 합병 전쟁이 전국적 철도 시스템의 탄생을 낳았고 록펠러가 추진한 수송 리베이트 제도는 미국의 값싼 유통망을 이끌어 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들의 ‘파괴’가 결국 어떻게 대중 소비자 경제를 탄생시키는지, 어떻게 유럽을 뛰어넘는 미국 경제를 만들어 가는지를 상세하게 보여 준다. 이들은 괜히 ‘타이쿤’(경제계의 거물)이 아니었다. 원제 ‘The tycoons’(2005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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