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16년 美최초 항공기 실전 투입

  • 입력 2007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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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선 부재자 투표 봉투에 20만 달러짜리 희귀 우표가 붙어 있는 것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누군가 우리 돈으로 2억 원에 가까운 값비싼 투표를 한 셈이다.

그 희귀 우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명성을 떨친 복엽(겹날개) 비행기 ‘커티스 제니’가 거꾸로 인쇄된 우표. 1918년 발행된 ‘뒤집힌 제니(Inverted Jenny)’는 우정당국의 폐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가 흘러 나와 수집가들에게서 최고의 희귀 우표로 각광을 받아 왔다.

커티스 제니는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와 비행기 특허 분쟁을 벌였던 미국 최초의 비행사 면허증 취득자 글렌 커티스 씨가 만든 훈련기 시리즈. 그는 J형과 N형 비행기를 만든 뒤 각각의 장점을 결합해 ‘커티스 JN’을 만들었는데 제니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제니는 1915년 미군 최초의 항공부대인 육군 제1항공대(오늘날 공군의 제1정찰대)에 공급됐다. JN2와 JN3 8대로 시작한 제1항공대는 멕시코 혁명으로 어수선한 남쪽 국경지역인 텍사스 주에 배치돼 비행 훈련을 실시했다.

제니가 실전에 처음 투입된 것은 1916년 3월 19일. 멕시코 혁명가 판초 비야의 반군이 미국 뉴멕시코 주 콜럼버스를 공격하자 미국이 멕시코 국경을 넘어가 전개한 ‘판초 비야 토벌작전’에 투입된 것이다.

▶본보 3월 9일자 A28면 참조

▶ [책갈피 속의 오늘]1916년 멕시코 혁명가 판초 비야 美공격

미군 역사상 최초로 항공전투 임무에 나선 것이었지만 제니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000m가 넘는 고산을 넘어갈 수 없었고 고갯길의 강풍에도 버티지 못했다. 먼지폭풍에 주저앉고 목재 프로펠러는 갈라지기 일쑤였다. 불과 1개월 만에 고작 2대만 운항이 가능했다. 나머지는 추락 고장으로 운항이 불가능했다.

신형 JN6가 투입됐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제1항공대는 토벌대 사령관인 존 퍼싱 장군이 전진부대에 보내는 명령문을 전달하는 연락기 역할에 그쳤다.

비야 토벌작전도 성과는 없었다. 미군은 10여 개월이나 추격전을 계속했지만 비야를 잡기는커녕 멕시코 정부와의 영토 침범을 둘러싼 외교적 분쟁만 낳은 채 다음 해 1월 말 철수해야 했다.

비록 결과는 초라했지만 경험은 소중했다. 1917년 미국의 대독일 선전포고와 함께 유럽전선에 투입된 제1항공대는 비야 토벌작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찰과 감시는 물론 13차례나 공중전에서 승리하는 전과를 올려 1차대전 승리에 기여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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