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이번엔 오빠가 부르네~ 남자가수 트로트앨범 인기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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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중심의 신세대 트로트 음악이 ‘슈퍼주니어-T’(위)와 투가이즈 등 남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 제공 SM엔터테인먼트 HM미디어
여성 중심의 신세대 트로트 음악이 ‘슈퍼주니어-T’(위)와 투가이즈 등 남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 제공 SM엔터테인먼트 HM미디어
지난달 말 발표된 13인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트로트’였다. ‘반짝이’ 옷을 입은 6명의 멤버들이 ‘슈퍼주니어-T’라는 이름의 트로트 그룹을 만든 것.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장본인은 장윤정의 ‘어머나’를 만든 작곡가 윤명선. 그가 만든 ‘슈퍼주니어-T’의 ‘로꾸거’는 “로꾸거 로꾸거 로꾸거 말해말” 같은 후렴구와 ‘다 이심전심이다’처럼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가사들을 배치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거꾸로 세상을 살아보자는 내용을 풍자적으로 담고 싶었다”는 것이 작곡가의 의도였다. ‘로꾸거’는 음반 발매와 동시에 음반차트 1위(한터정보 집계),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의 ‘트로트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 트로트 2차 공습? 남성 중심의 트로트 음악

2004년 장윤정의 ‘어머나’부터 시작된 신세대 트로트 열풍은 이후 이재은의 ‘아시나요’, ‘LPG’의 ‘캉캉’, ‘뚜띠’의 ‘삼백원’ 등으로 이어지며 록, 힙합 등의 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네오 트로트’, ‘세미 트로트’ 등으로 명명된 이 음악은 신세대 여성 트로트 가수들을 양산해내며 ‘트로트=성인가요’ 공식을 스스로 지워나갔다.

그랬던 트로트 음악이 2007년 현재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탈바꿈하고 있다. ‘슈퍼주니어-T’를 필두로 ‘남자 장윤정’이라 불리는 가수 박현빈은 지난해 ‘빠라빠빠’에 이어 올해 ‘곤드레만드레’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자옥아’로 인기를 얻은 박상철은 신곡 ‘황진이’를 발표했다.

또 영화배우 차태현은 영화 ‘복면달호’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이차선 다리’를 불렀다. 이 곡을 작곡한 남성듀오 ‘투가이즈’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트로트 데뷔 음반 ‘미치도록’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 후반 인기를 얻었던 가수 김상아는 10년 만에 컴백, 트로트곡 ‘붉은 입술’을 내놓았다.

○ 신세대 트로트의 확대? 트로트의 가벼움?

남성 중심의 신세대 트로트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로트 음악의 구조적 확산’이라 얘기한다. 음악 평론가 성시권 씨는 “가수 장윤정 이후 트로트를 즐기는 젊은 남성들이 살아났고 이후 여성팬들을 사로잡을 남자 트로트 가수를 개척하자는 분위기가 가요계에서 자연스레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간드러짐, 애절함, 때로는 섹시함으로 어필한 것이 여성 트로트의 특징이었다면 남성 트로트는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의 털털함, 박력, 카리스마로 대표된다.

물론 좋은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히카와 키요시를 비롯, 8인조 아이돌 엔카 그룹 ‘칸쟈니8’ 등의 신세대 남성 엔카 가수가 활동 중인만큼 신세대 남성 트로트 가수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는 것. 또 ‘한’을 강조했던 과거 정통 트로트와 달리 갈수록 신세대 취향에 맞는 가볍고 감각적인 음악만 추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곡가 윤명선 씨는 “보릿고개 세대가 부른 ‘한’ 섞인 트로트를 풍요의 세대에게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오히려 리듬앤드블루스나 록 등 신세대 음악이 아니면 무조건 트로트라 치부하는 대중들의 편견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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