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한국,주인공=한국인…급성장한 ‘게임 코리아’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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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게임산업 규모는 2005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약 8조6000억 원. 온라인게임은 세계 1위, 모바일게임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세계 게임업계가 한국 시장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해외 유명업체의 신작 게임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개되는 것이 낯설지 않다. 한국의 영향력은 게임 속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이 배경이 되고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예전처럼 조역이나 단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거나 능력치가 높다. 역으로 국내 게임업체는 한국 역사나 문화를 게임 속에 삽입해 국가 홍보에 일조한다. 게임 속에 나타난 한국의 모습을 살펴봤다.》

○ 매출액 8조… 세계 최고 수준 산업규모

엑스박스360용 액션 슈팅게임인 ‘로스트 플래닛’. 어디선가 본 듯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영화배우 이병헌 씨와 꼭 닮았다.

로스트 플래닛은 일본 게임개발사 캡콤이 2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3년간 심혈을 기울인 대작. 기획 단계부터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둔 캡콤은 한류스타인 이 씨를 주인공 모델로 계약했다.

피파, 위닝일레븐, 메이저리그 등 스포츠 게임에 한국 선수가 나오는 것도 익숙한 풍경. 한국 국가대표팀은 물론 해외 클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박지성 선수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능력치가 향상돼 한국 팬들이 좋아한다.

구수한 사투리가 정감 나는 캐릭터도 있다.

PS2용 RPG ‘테일즈 오브 레젠디아’에는 걸쭉한 전라도 방언을 쓰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엑스박스용 ‘헤일로2’의 주인공 마스터 치프는 경상도 사투리의 사나이. 미국 텍사스 카우보이의 억양이 센 데서 착안해 경상도와 연결시켰다.

한국 버전에 맞춰 캐릭터 이미지가 바뀌기도 한다. 올봄에 출시되는 엑스박스360용 ‘블루 드래곤’ 일본판의 주인공 목소리는 무겁고 비장하다. 반면 한국판에선 밝고 생기가 넘치는 한국말을 구사해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PS2용 레이싱게임 ‘그란 투리스모4’에는 한국 레이싱코스가 있어 서울 광화문과 시청을 누비며 게임을 즐긴다. 엑스박스360용 레이싱게임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3’에선 레이싱 트랙 광고판에 삼성전자 로고가 노출된다.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마케팅에 따른 것. ‘퍼펙트 다크 제로’에서 캐릭터가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삼성 제품인 것도 같은 이유다.

다소 엽기적이지만 재미있는 것도 있다. PS2용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아르고스의 전사’에선 각 게임 단계를 끝내면 ‘숨겨진 무기’로 김밥과 자장면, 소주 등을 얻을 수 있다. 웅장한 분위기와 달리 캐릭터가 김밥 등으로 때리고 막는 모습에 한참을 웃게 된다.

○ 광개토대왕과 연개소문, 칠지도와 삼족오

국내업체의 게임은 배경을 한국사에서 따온 사례가 많다. 온라인게임의 효시로 불리는 ‘바람의 나라’(넥슨)는 배경 자체가 고구려다.

고구려의 무기와 건물을 재현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넘친다. 게임 속 동네 ‘세시마을’은 그 중에서도 최고. 마을의 캐릭터들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다. 설 대보름 등 음력 달력에 맞춰 이벤트가 열린다. 세시풍속을 잘 모르는 세대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다.

역사적 상황이 자연스레 녹아든 이벤트도 있다. 도자기 기술을 일본에 전수하는 미션이나 백제가 전수한 일본국보 칠지도 제작 미션이 대표적이다.

네오위즈가 이달 중 2차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인 전쟁액션 RPG ‘워로드’도 고구려가 배경. 역사적 인물과 현장이 그대로 등장한다.

배경 장소인 국내성 등은 제작 때부터 고증에 신경을 많이 썼다. 국내성 터에서 붉은 벽돌이 많이 발견된 걸 염두에 둬 성 전체에 붉은 톤을 주로 사용했다. 드라마로 유명해진 삼족오 조형물도 나온다.

게임 캐릭터는 더욱 예사롭지 않다. 광개토대왕은 물론 연개소문과 당 태종도 등장한다. 이들이 입은 갑옷 역시 사료를 반영해 온몸을 쇠로 가리는 형태로 제작됐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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