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03년 테디 베어 美서 첫선

  • 입력 200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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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짝사랑하는 애가 생기면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쥐어 짜낸 방법이 아침 일찍 등교해 몰래 그 애의 책상에 선물을 갖다 놓는 것. 용감한 애들은 자기 이름을 쓴 쪽지를 선물 안에 끼워 넣기도 했다.

이때 학생들이 가장 애용한 ‘사랑의 메신저’는 바로 ‘테디베어(Teddy Bear)’였다. 다른 인형보다 1000∼2000원씩 비싼 이 곰 인형을 사기 위해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받은 용돈을 꼬박꼬박 모았다. 오로지 멋있는 그, 또는 예쁜 그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그랬던 아이들은 어른이 된 뒤로도 쇼윈도에 전시된 테디베어를 보면 발걸음을 멈추고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테디베어는 전 세계적으로도 100년이 넘도록 완구업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 온 스테디셀러다.

그 기원에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미국 26대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일화가 가장 유력하다.

1902년 11월 어느 날, 루스벨트는 곰 사냥을 나갔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 이때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작은 새끼 곰이 그의 눈에 띄었다. 수행원이 대통령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이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며 곰을 살려줬고 때마침 뉴욕에서 장난감 가게를 하던 모리스 미첨 부부는 이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곰 인형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는 루스벨트에게 “인형 이름에 당신의 애칭인 ‘테디’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편지를 보내 다음과 같은 답장을 받았다.

‘제 이름이 뭐 그리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이렇게 미첨 부부가 처음으로 진열대에 테디베어 두 개를 전시한 게 1903년 2월 15일이었다.

초창기에 수작업으로 제작된 테디베어는 값이 비싼 만큼 상류층이 주된 고객이었다. 하지만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빠른 속도로 대중화됐다.

사람들은 왜 테디베어에 열광하는 것일까.

사실 테디베어와 일반 곰 인형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유난히 몸통이 작고 팔다리가 길기 때문에 아이들이 푹 안고 있기가 좋고 이국적인 멋을 지녔다.

수집가나 마니아들은 테디베어 특유의 순박한 표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말한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심리적 안정감이 든다나? 실제 테디베어는 우는 아이 달래는 용도로도 최고의 인형이라고 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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