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요코 이야기' 다양한 시각의 문학책이라 출간"

  • 입력 2007년 1월 17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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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망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피신하는 일본인들을 한국인들이 학대한 것처럼 기술해 파문이 일고 있는 '요코 이야기'는 2005년 4월 국내에서 문학동네에 의해 번역 출간된 책이다.

미국 중학교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이 책은 일제시대 북한에 머물던 한 일본 소녀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상을 다룬 것으로, 요코 가와시마 윗킨스의 자전적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자 요코의 가족들은 일본인에 대한 무차별 테러, 인민군에게 죽을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 폭력으로 인한 부상의 고통 등을 겪으며 일본에 도착하지만 일본에서도 일본인들의 멸시와 냉대, 굶주림 등으로 처참한 상황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11세였던 1945년 7월 함경북도 나남(청진시)에 살다 어머니, 언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원산 이남까지 갔다가 폭격으로 기차가 부서져 걸어서 서울에 도착했다고 적었다.

문학동네 측은 17일 당시 이 책을 출간한 것에 대해 "한일 관계에서 한국인은 계속 피해자의 입장이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인 중에서 피해자일 수도 있는 요코의 삶을 통해 전쟁과 관련한 다양한 시각을 청소년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 출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는 달리 국내 독자들은 역사적 한일 관계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고 있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독자들의 몫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출판사가 출판을 거부했고 중국에서도 금서로 지정됐는데도 국내 출간한 것에 대해 "아예 독자들에게 책을 보여주지도 않고 차단해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면서 "다양한 시각의 책을 소개하는데 의의가 있었고 문학적으로 읽을 만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학동네 측은 "'요코 이야기'는 역사책이 아니라 문학책"이라고 거듭 말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한국인들이 일본 여성들을 위협하고 강간을 일삼았다는 내용과 관련 "국내에 선보인지 2년이 다 돼가는데, 독자들의 인터넷 서평을 살펴보면 문학작품으로서 긍정적으로 봤다는 의견이 많다"며 "국내 독자들도 한국인인데 그 부분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으면 이미 출판사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져 한국에서 먼저 문제가 되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염 국장은 책에 기술된 역사적 내용에 대해 "이미 문학적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야기 배경으로 전개된 역사적 사실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그 위험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역사책이 아니어서 역사학자의 감수를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소설의 시대배경인 1945년 7~8월 미군이 북한지역을 폭격한 적이 있는지 등 논란이 제기되는 점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역사적 사실을 검증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염 국장은 이어 "책에 기술된 역사적 사실과 저자의 출생지 등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저자가 어렸을 때 기억에 의존해서 쓴 것이고 책이 전체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문학적으로 어떤 측면이 승화된 것인지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재미 번역가 윤현주 씨의 번역으로 국내 소개된 '요코 이야기'에는 요코 씨의 아버지가 시베리아에서 6년을 복역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출판사의 후기가 빠져있다.

또한 책 뒷표지에 1986년 뉴욕타임스와 위클리 퍼블리셔의 우수도서에 선정됐다는 잘못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염 국장은 "당시 편집자와 번역자가 한일관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미국인과 한국인은 다르다는 판단 하에 상의해 미국 출판사 후기를 뺐다"며 "우수도서 선정이라고 표기한 것은 '요코 이야기'의 속편이 우수도서로 선정된 것을 잘못 알고 실수로 싣게 됐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우수도서 선정이라고 표기한 부분을 삭제한 책 표지를 다시 제작해 서점에서 판매중인 책 표지와 교체중이다.

현재 4쇄까지 출판된 '요코 이야기'는 최소 5000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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