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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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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의 캄보디아 소녀 블리는 신이 나 소리를 질렀다. 난생 처음 보는 3D 입체영상. 할머니, 동생과 함께 1시간을 기다려 극장에 들어왔단다.
한국어를 캄보디아 말로 번역해 들려주는 번역기와 선글라스처럼 생긴 특수 안경이 신기하기만 했다. 애니메이션 ‘천마의 꿈’의 주인공인 화랑 ‘기파랑’의 화살이 눈앞에 어른거리자 화살을 잡아보겠다며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캄보디아가 자랑하는 세계적 문화유산 앙코르와트 유적지대인 시엠리아프는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술렁였다. 11일 오후 4시 반(현지 시간) ‘앙코르-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06’의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3D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현지인들이 몰려들면서 극장 출입구는 100m가 넘는 줄로 장사진을 이뤘다. 한국문화관, 캄보디아문화관 등 다른 전시장도 큰 성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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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와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 주최한 앙코르-경주 엑스포는 ‘오래된 미래-동양의 신비’를 주제로 지난달 21일 개막했다. 한국-캄보디아 수교 10주년 기념을 겸해 앙코르와트 유적지 일대 3만여 평에서 내년 1월 9일까지 각종 문화행사를 선보인다.
앙코르-경주 엑스포 조직위원회 이영석 부단장은 “세계문화유산 지구인 경주와 앙코르와트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라며 “1000년 역사의 신라와 1000년 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크메르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 동양의 신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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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평 규모의 한국문화관은 신라시대에서 현대 한국에 이르기까지 코리아를 상징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전시하고 있다. 한국문화가 낯선 현지인들에게 역사를 설명하기보다는 한국의 사계절, 신라의 황금문화, 한복, 김치 김장독, 2002년 월드컵 등을 실물, 사진, 동영상 등으로 소개한 것.
특히 김장독 전시장 주변에는 경주에서 직접 가져온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낙엽을 뿌려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열대성 기후의 캄보디아인에게 낙엽은 난생 처음 보는 자연의 신비. 현지 아이들은 몰래 낙엽을 주워가기도 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이투엑스포의 김영미 사업기획팀장은 “신라의 금관과 금귀고리를 본 현지인들은 드라마로만 막연히 알던 한국에 깊은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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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엠리아프의 북한 음식점인 ‘평양랭면’ 무용단원 50여 명도 전시장을 둘러본 뒤 “같은 민족임을 느꼈다”는 후기를 남겼다.
캄보디아문화관은 크메르 제국의 귀중한 유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장. 전통 의상에서 앙코르와트 유물의 미니어처까지 화려했던 크메르 제국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엑스포 홍보담당 김선주 씨는 “캄보디아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입체영상 판타지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라 큰 화제”라며 “양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라와 크메르의 절묘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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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경주 엑스포는 2003년 열린 경주 엑스포에서 캄보디아 전통 무용단이 공연한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문화유산을 테마로 한 엑스포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을 본 캄보디아 정부가 경북도에 공동 개최를 제의한 것.
앙코르와트는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는 세계적인 관광 유적지. ‘2007년 경북 방문의 해’를 앞둔 경북도는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행사를 준비해 왔다.
개막 22일째인 12일까지의 누계 입장객 수는 10만여 명. 10일 하루에만 1만2000여 명이 찾는 등 입장객이 늘고 있어 조직위는 목표인 30만 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현석 주 캄보다아 대사는 “신라문화와 크메르문화를 세계에 함께 소개하면서 수교 10주년을 맞은 양국의 우호증진이라는 효과도 거뒀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수출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앙코르와트(캄보디아)=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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