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나올까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출범 2개월을 맞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첫 학술대회 주제로 ‘한중일 3국의 공동 역사 집필’을 내놓았다.

김용덕(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재단 출범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단 운영 방향과 2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할 국제학술대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동북아 역사 분쟁은 승패의 관점이 아니라 서로의 역사를 존중하는 태도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며 “재단은 ‘역사전쟁’이 아니라 ‘역사외교’를 펼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위한 역사 문제의 극복’을 주제로 한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궁극적으로 한중일 3국의 역사 교재 집필을 목표로 하고 있다. 3국의 역사학자가 발표자로 참여하는 오전 세션 ‘동북아역사문제의 현주소’에 이어 오후 세션에서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낸 프랑스와 독일, 독일과 폴란드의 사례 발표가 이어진다.

기조강연을 맡은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 일본 도쿄(東京)대 명예교수는 이날 배포된 발표 요지에서 “국적도 민족도 아닌 시민사회의 기초가 되는 휴머니티를 기준으로 인종, 종교, 신념 혹은 성별을 초월하는 역사의 진실과 화해를 추구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오전 발표를 맡은 부핑(步平)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장은 한중 역사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3국 근현대 역사 분쟁의 발생과 격화원인은 일본 정치가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팔크 핑겔 게오르크 에케르트 국제교과서연구소 소장 대리는 공동교과서 집필의 전제조건으로 △정치적 화해 △화해와 평화 구축에 대한 공통된 이해 △해당국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사실 인정을 들었다. 프랑스의 에두아르 위송 파리 8대학 교수는 프랑스-독일 공동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1950년대 석탄철강산업공동체 추진 등의 제도적 장치와 함께 민간 교류를 통한 대중적 감정 호소가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학술회의를 토대로 ‘한중일 원로 역사학자들의 협의체 구성→합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한 역사총서 공동 집필→미합의 사항에 대한 소장학자들의 공동연구 진행’이라는 3단계 과정을 통해 교과서는 아니더라도 공동역사서의 집필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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