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1>閑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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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자는 자형 속에 의미가 나타나 있다. ‘閑(한)’은 ‘門(문 문)’과 ‘木(나무 목)’이 합쳐진 한자이다. 따라서 이는 문에 나무를 세워 놓은 것을 나타낸다. 이는 곧 문을 막아 놓은 것이다. 따라서 ‘閑’의 일차적 의미는 ‘막다, 막히다’가 된다. ‘閑邪存誠(한사존성)’은 ‘사악한 생각을 막고 성실한 마음을 보존하라’는 말이다. ‘邪’는 ‘간사하다, 사악하다’라는 뜻이며, ‘存’은 ‘보존하다’라는 뜻이고, ‘誠’은 ‘성실하다’라는 뜻이다. 막는 행위는 곧 내부에 있는 것을 보호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閑’에는 ‘보호하다’라는 의미가 생겨난다. 이에 따라 ‘마구간’이라는 의미도 나타났다. 마구간은 문에 나무를 세워 놓고 말을 보호하는 곳이다. ‘閑’에는 ‘문지방’이라는 의미도 있다. 문에 나무를 가로로 막아 놓은 것이 문지방이기 때문이다. 문을 막는 행위는 문을 닫는 행위와 유사하다. 그러므로 ‘閑’에는 ‘닫다’라는 의미도 생겨났으며, ‘닫다’로부터 ‘한정하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닫는 것은 곧 제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정, 곧 제한의 의미로부터 ‘법규, 규칙’이라는 의미도 생겨났고, ‘법규, 규칙’으로부터 ‘바르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문을 막아 놓으면 사람이 드나들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가한 시간이 생긴다. 따라서 ‘閑’에는 ‘틈, 한가한 시간, 한가하다, 고요하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閑人(한인)’은 ‘한가한 사람’이라는 뜻이며, ‘閑靜(한정)’은 ‘한가하고 조용하다’라는 뜻이다. ‘한가하다, 고요하다’로부터 ‘우아하다, 아름답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한(한)’은 ‘여인이 우아하다’라는 뜻이다. ‘閑’은 ‘閒’으로 쓰기도 한다. ‘한(한)’은 ‘우아한 모양, 화를 내는 모양’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갖는다. ‘우아한 모양’은 ‘사람’과 ‘우아하다’가 합쳐진 의미이며, ‘화를 내는 모양’은 ‘사람’과 ‘막다, 막히다’가 합쳐진 의미이다. ‘:(한)’에도 ‘안온하다, 성내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 이유는 위와 같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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