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도교 고향은 보하이 만 연안”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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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교의 기원에 대해선 크게 2가지 주장이 있다.

하나는 ‘중국 전래설’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자생설’이다. 전래설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영류왕 편에서 당(唐) 고조가 보낸 도사를 통해 도교를 받아들였다는 내용과 보장왕 편에서 연개소문의 주청으로 도교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 근거다. 전래 시점은 7세기경이라는 것.

자생설은 유불선을 통합하는 풍류(風流)라는 고유한 가르침이 나라에 본래 있었다는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과 도교의 가르침이 환웅과 환검(단군)의 가르침에서 유래했다는 ‘규원사화’ 등의 설화에 의거한다.

정재서(사진)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한국 도교의 기원과 역사’에서 전래설과 자생설의 문제점을 각각 비판하며 도교가 동이족의 거점이었던 보하이(渤海) 만 연안에서 기원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공유설을 주장했다.

그는 자생설에 대해 실증성이 떨어지고 민족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그 근거가 출처가 불분명한 규원사화 등의 설화에 치우쳐 있고, 중국 삼황오제 중 한 명인 황제가 동서남북 각처에서 도를 구했다는 ‘포박자’의 내용 중에 유독 동쪽에서 도를 얻었다는 내용만 선별해 자료해석의 편향성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전래설에 대해선 중국 문화가 고대 다양한 문화를 흡수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단일문화였던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서도 고대 도교의 발생지에 대해 보하이 만 연안과 쓰촨(四川) 지역의 2가지 학설이 존재한다. 그중 보하이 만은 중국 한족과 한국의 뿌리라 할 동이족이 오랫동안 경합하던 공간이다.

서양의 도교연구가 막심 칼텐마크는 1953년 동이계의 신조(神鳥)숭배가 후대 신선의 비승(飛昇) 관념으로 전화해 도교가 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이런 칼텐마크의 비교신화적 관점에다 한국의 민간도교와 중국 초기 도교의 유사성 연구를 더해 보하이 만 일대 동이족 문화에서 비롯한 원시도교문화가 중국과 한국에 동시 전파됐고 중국에서 이론화한 도교가 다시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공명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볼 것을 제안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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