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카지노 회계 투명… 오락의 수도로 다시 태어났다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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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의 웨딩채플에서 펼쳐지는 결혼식 장면. 라스베이거스는 1967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이후 가장 로맨틱한 웨딩타운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 제공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한국사무소
라스베이거스의 웨딩채플에서 펼쳐지는 결혼식 장면. 라스베이거스는 1967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이후 가장 로맨틱한 웨딩타운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 제공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한국사무소
거대한 레저타운으로 변모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도박도 여러 즐길거리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은 베니션 호텔. 사진 제공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한국사무소
거대한 레저타운으로 변모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도박도 여러 즐길거리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은 베니션 호텔. 사진 제공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한국사무소
‘도박 타운(Gambling Town).’

‘죄악의 도시(Sin City).’

라스베이거스 하면 많은 이들이 이런 인상을 떠올린다. 그런 모습은 영화 ‘벅시’에 잘 그려져 있다. 뉴욕 마피아의 자금으로 194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스트립 거리에 전설적인 도박장 ‘플라밍고’를 연 유대인 벅시 시걸의 스토리다.

○ 벅시의 플라밍고 카지노

마피아. 이 범죄 조직의 특징은 범죄로 번 돈으로 ‘합법적’인 사업을 한다는 것. 카지노가 마피아의 관심 대상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진출 과정은 이렇다. 대공황(1929년)으로 야기된 경제파탄으로 어렵던 1930년대. 금주법(禁酒法)이 시행되던 당시 밀주를 팔아 돈을 번 마피아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경제가 회복되자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넘본다.

그 대리인이 벤저민 시걸(1906∼1947). 뉴욕 마피아 큰형님들에게 ‘벅시’라고 불렸던 하수인이다. 그는 수백만 달러를 빌려 스트립에 카지노를 연다. 그러나 여배우와 놀아나느라 수익은 형편없었고, 결국 돈을 빼돌렸다는 오해를 받고 변사체로 발견된다. 벅시의 카지노 플라밍고를 통해 카지노사업에 눈을 뜬 마피아. 그들에게 카지노는 ‘엘도라도(황금의 땅)’였다.

○ 마피아와 벌인 돈세탁 방지 전쟁

1959년. 정부가 드디어 마피아 축출에 나섰다. 그러나 총을 든 경찰이나 연방수사국(FBI)을 동원하지 않았다. ‘통제와 규제(control and regulations)’의 원칙으로 무장한 도박감독위원회(Gaming Control Board)였다. 새로 제정한 ‘도박법(Gaming Act)’에 근거해 카지노의 라이선스(도박면허) 발급에서 회계감사, 고객과의 분쟁 처리에 이르기까지 카지노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했다.

당시 마피아와의 전쟁에 무력 대신 법을 동원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논거는 ‘카지노=금융기관’이라는 등식. 실제로 카지노에서는 은행 업무가 이뤄진다.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쳐서 회수(대출)하며 칩까지 발행해 유통(중앙은행의 발권 기능)시킨다. 돈세탁은 그 과정에서 일어난다. 정부는 돈세탁만 막으면 거기에 기생하는 조직범죄도 차단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해 카지노를 금융기관처럼 취급했다. 주 정부는 도박장 이용객에게까지 금융실명제(1만 달러 이상 거래 시 실명 확인)를 적용해 현금 흐름을 감시했다.

동시에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카지노 회계를 들여다볼 내부통제 시스템도 마련했다. 회계감사로 돈줄이 조이자 마피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율의 세금 때문에 도박장 수익도 성에 차지 않았다. 옥죔의 강도가 최고조에 이른 때는 1980년대 초반. 세금 부담은 늘고 돈세탁 봉쇄로 마약 매춘은 어려워지고…. 결국 마피아가 선택한 것은 ‘리빙 라스베이거스(Leaving Las Vegas·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 도박에서 컨벤션 사업으로

마피아가 떠난 1980년대의 라스베이거스. 조직범죄가 자취를 감춘 라스베이거스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카지노와 찰떡궁합인 컨벤션(상품전시회 및 각종 회합) 도시로의 활성화다.

저렴한 숙박비, 풍부한 객실, 편리한 교통(자동차 항공), 무한대의 공간. 이런 조건은 라스베이거스만이 갖춘 특성이자 컨벤션 산업의 필수조건이다. 이렇게 해서 1959년 형편없이 작은 규모로 시작된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 산업은 90년대 말 미국 도시 중 10위 안에 들었고 현재는 미국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라스베이거스는 도박 타운이 아니다. 도박은 하나의 오락수단에 지나지 않는 종합레저타운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먹고 마시고 놀고 잠자고 즐기는’ 여행의 즐거움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춘 ‘세계 오락의 수도’인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 네바다 주)=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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