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되고싶다? 만화책에 물어봐!…와인-미술 전문 만화 인기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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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투르’(프랑스 최고급 와인)는 너무 비싼 것 같아. 그냥 세컨드 와인(질은 높지만 명품 기준에 조금 못 미쳐 저렴하게 파는 제품)인 ‘레 포르 드 라투르’로 할까?

“그 와인은 너무 영(young)한데…. 그냥 ‘알테 에고 드 팔메’ 어때? 아, 이거 디캔팅(decanting·와인을 용기를 옮겨가면서 따라 숙성과정에서 생긴 침전물을 제거하는 것)해 주세요.”

소믈리에들의 대화가 아니다. 회사원 박재석(32) 씨가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다. 그는 와인을 다룬 만화 ‘신의 물방울’의 애독자다.

○ 자동차, 사진… 아는 만큼 재미있다

최근 30, 40대에게 인기 있는 책 중 상당수는 만화책이다.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특정 전문 분야를 정교하게 다룬 만화를 찾는 성인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만화가 ‘신의 물방울’. 누적 판매량은 25만 부다. 일본 만화가 40대에까지 인기가 많았던 적은 드물었다.

주인공이 일본 최고 와인 평론가가 되는 과정을 그린 단순한 스토리지만 수많은 와인 동호회의 지침서가 됐고, 와인업계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화점 와인 코너마다 이 책에 등장한 ‘몽페라’, ‘루이 자도 샤블리’, ‘샤토 팔메’, ‘크로 파랑투’ 등은 없어서 못 팔 지경.

이 책의 장점은 전문서적을 능가하는 전문성. 소믈리에 유경호(38) 씨는 “전문가들의 테이스팅 노트(와인을 시음한 후 기록하는 것)조차 만화에 나오는 표현법에 영향을 받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와인을 마신 뒤 “1992년산 샤토 무통 로칠드는 밀레의 ‘만종’이 그려지는 듯한 맛”, “2001년산 샤토 몽페라를 입술에 댄 순간 록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들린다” 등 풍부한 표현도 인기다.

미술품을 다룬 ‘갤러리 페이크(GALLERY FAKE·복제 화랑)’도 꾸준히 화제다. 세계 고미술품에 대한 정교한 해설은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30, 40대 일반인에게도 인기다. 큐레이터 주인공이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 르누아르의 ‘목욕 후’, 피카소의 ‘청색시대’, 세잔,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유명 작품의 미학적 의미와 그에 얽힌 사연을 다양한 스토리로 풀어나간다. 윤범모(회화 전공) 경원대 교수는 “만화와는 담을 쌓았는데 미술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진 유능한 미술사학자가 들려주는 자상한 미술 이야기에 매혹됐다”고 밝혔다.

‘팩토리 Z’는 자동차와 이를 취재하는 카메라맨의 세계를 그렸다. 카 튜닝, 디자인 등 유명 자동차에 대한 정교한 해설과 사진기, 촬영기술 등 사진 관련 전문 지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의학 전문만화 ‘타임슬립 진’, 초밥 전문만화 ‘키라라의 일’ 등도 40대까지 빠져들게 하는 전문만화다.

○ 어른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라

이들 만화가 중년층에도 인기가 있는 것은 철저하게 검증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년간의 심층 취재를 통해 축적한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만화 평론가들은 △정확한 정보 위주의 구성이 성인들에게 고급스럽게 다가가며 △이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보는 이에게 만화지만 지적 수준이 높아진다는 만족감을 주며 △개론서와 달리 만화라는 포맷으로 재미있게 읽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대인관계에도 활용된다. 회사원 한영희(35) 씨는 “모임에서 와인 지식을 자랑하게 되고 그러면 어색했던 자리가 풀어지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반디출판사 김문환 사장은 “성인들은 바쁜 사회활동으로 실제 전문 분야의 지식을 책으로 읽기 부담스러워한다”며 “손쉽게 전문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만화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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