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리면 이렇게 해주겠어!…‘겁나는 여친의…’ 17일 개봉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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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사진 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자동차를 들어 올리고, 날아오는 미사일의 방향을 돌려놓으며, 총알을 맞아도 총알이 몸에서 튕겨 나가는 슈퍼 파워를 가진 여성이 있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그녀와 사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런 슈퍼 영웅 여자친구와의 섹스는 어떤 느낌일까. 더구나 그 여성이 알고 보니 ‘또라이’였다면?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작가 돈 페인의 이런 아이디어에서 영화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원제:My super ex-girlfriend)’은 탄생했다.

○ 새로 사귄 애인이 질투의 화신이라면?

뉴욕의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는 여성 제니(우마 서먼)는 사실 ‘G-걸(Great girl)’로 통하는 슈퍼 영웅이다.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느라 바빠 남자친구도 없던 제니에게 어느 날 지하철에서 평범한 건축설계사 매트(루크 윌슨)가 작업을 걸어온다.

행복한 데이트를 시작하는 그들. 그러나 제니의 앙숙인 악당 베들렘 교수가 매트를 납치하게 되자 제니는 그를 구하고 자신이 G-걸임을 밝힌다.

처음에 자신이 G-걸의 애인이라는 사실에 기뻐하던 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제니의 강압적이고 들러붙는 성격에 질리게 된다.

그는 직장 동료인 한나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급기야 제니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제니의 분노는 폭발한다. “후회하게 만들겠어!” 제니는 자신의 슈퍼 파워를 이용해 매트에 대한 엽기 코믹 복수극을 시작한다.

이 영화의 핵심은 ‘뒤집기’다. 보통 영화 속 영웅들은 성격도 완벽하고 상대를 먼저 배려하며 무엇보다 아무 데서나 힘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G-걸 제니는 질투의 화신이고 화가 나면 차 유리를 주먹으로 깨부술 정도로 폭력적인 데다 택시를 잡는 것처럼 사소한 일에도 슈퍼 파워를 남용하는 영웅. 지나치게 인간적이어서 귀엽다.

남녀 관계도 뒤집힌다. 제니의 “나 섹스 잘해요. 내가 생각하긴 그런데, 당신이 판단해요” 같은 대사나 첫 키스에서 “혀를 놀리는 게 엉망”이라며 매트를 꾸짖는 모습은 남녀를 바꾸어 생각해도 쉽지 않은 장면이다.

최근 개봉한 ‘수퍼맨 리턴즈’에서 수퍼맨이 연인과 하늘을 나는 모습은 지루했던 영화 중 제일 아름다운 장면이었지만 매트가 제니에게 장난감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비행하며 섹스까지 ‘당하는’ 모습에선 웃지 않을 수 없다.

○ 많은 여성에 통쾌한 대리만족 선물

상상을 초월하는 제니의 복수극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많은 여성이 ‘그때 그 남자’를 생각하며 통쾌한 대리 만족을 경험할 듯.

물론 그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랄 건 없다. 어처구니없는 상황 설정에 과장된 액션이 유치하다는 관객도 많을 것 같다. 컴퓨터그래픽(CG)도 기대했던 만큼 화려하거나 정교하지 않다.

정의롭게도 모두에게 공평한 결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건 분명히 그냥 웃자고 보는 영화, 뭐 그렇게 심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마 서먼과 루크 윌슨은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 여전히 ‘쭉쭉빵빵’한(특히 다리가 예술) 우마 서먼보다 액션과 코미디의 결합을 더 잘해 낼 수 있는 배우를 생각하기 힘들다.

루크 윌슨도 특유의 ‘어벙함에 가까운 평범함’을 잘 발휘했다. 1980년대 ‘고스트 버스터즈’로 이름을 떨쳤던 이반 라이트먼 감독의 작품. 17일 개봉. 15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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