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89>肖(2)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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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削(삭)’은 ‘肖(초)’와 ‘도(칼 도)’가 합쳐진 글자이다. 이전의 글에서 말한 바와 같이 ‘肖’는 ‘작게 나누다’라는 뜻이며, ‘도’는 ‘칼’을 뜻한다. ‘削’은 칼로 작게 나누는 행위를 나타낸다. ‘削’이 ‘깎다’라는 의미를 갖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削除(삭제)’는 ‘깎고 제거하다’라는 뜻이며, ‘削減(삭감)’은 ‘깎아서 덜어내다’라는 뜻이다.

‘消(소)’는 ‘肖’와 ‘수(물 수)’가 합쳐진 글자이다. 이 글자는 물로 작게 나누는 행위를 나타낸다. 물로 작게 나눈다는 말은, 예를 들면 밀가루 덩어리를 물에 놓으면 풀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상당수의 물질은 물로 분해된다. 이에 따라 ‘消’에는 ‘녹다, 풀어지다, 사라지다, 없어지다, 없애다’라는 의미가 생겨난다. ‘消滅(소멸)’은 ‘녹아서 사라지다’라는 뜻이며, ‘取消(취소)’는 ‘취했던 행동을 없는 것으로 하다’라는 뜻이다.

‘哨(초)’는 ‘肖’와 ‘口(입 구)’가 합쳐진 글자이다. 이 글자는 말소리를 잘게 나누는 것을 나타낸다. 말을 작은 소리로 적게 하는 행위이다. 이에 따라 ‘哨’는 ‘망보다, 경계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망을 보거나 경계를 서는 사람은 항상 말을 작은 소리로 적게 하기 마련이다.

‘趙(조)’는 ‘肖’와 ‘走(달릴 주)’가 합쳐진 글자이다. 달리는 것을 잘게 나눈 행위를 나타낸다. 이에 따라 ‘趙’는 ‘걸음걸이가 느린 모양’이라는 뜻을 갖게 된다. ‘逍(소)’는 ‘肖’와 ‘착(쉬엄쉬엄갈 착)’이 합쳐진 글자이다. 이 글자는 천천히 가는 행위를 나누어, 더욱 천천히 가는 행위를 나타낸다.

이러한 행위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길가의 풍경을 보아가며 천천히 걷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逍’는 ‘거닐다, 노닐다’라는 뜻을 갖게 된다. ‘逍遙(소요)’는 ‘천천히 거닐다’라는 뜻이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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