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語아끼는 것도 환경운동”… 새 시집 펴낸 김지하 시인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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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65) 시인이 2년 만에 새 시집을 내놓았다. 그것도 두 권씩이나. 출판사 시학에서 내놓은 ‘비단길’과 ‘새벽강’이라는 제목의 시집이다. 그는 ‘화개’(2002년) 이후 2년에 한 번씩 시집을 내놓고 있다. 왕성한 창작력이다.

시 창작 외에 열정적으로 환경운동, 생명운동을 벌여온 점을 평가받아 최근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로도 선정된 김 시인. 새 시집에서 그는 생명과 환경운동의 실천으로의 시작(詩作)을 탐색한다.

‘새벽강’에는 시인이 매진해온 생명사상의 본질에 대한 성찰, ‘비단길’에는 중앙아시아와 바이칼, 캄차카를 여행하면서 길어 올린 사색이 담겨 있다. 특히 여행은 그에게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전통사상이 다름 아닌 생명과 평화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본디 우리 민족은 산 것을 좋아하고 죽이는 것을 싫어하며 양보하기를 좋아하고 다투기를 싫어했다고 한다”며 자신의 시집에서 생명과 평화라는 ‘아시아의 오래된 새 길’이 드러나길 희망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듯, 시인은 시어를 가능한 한 단순하게 쓰려고 한다. ‘아득한 곳에서/물소리 들려라//아니라도/바람//또는 이슬지는 소리/잎새소리//나/아직 못 떠나고//네 이름의 그늘 부근을 저녁나절 내내/아직도 떠돌고 있는/맴돌고 있는’.(‘사랑이라고’에서)

1970, 80년대 화려한 시어를 구사하고 감정을 분출했던 김지하 씨의 시를 기억하는 독자는 최근 작품들이 낯설 법하다. ‘잎새소리’라는 행 하나에 서너 단어씩 시어가 더해질 법한데, 시인은 과감하게 생략해 버린다.

“말을 너무 많이 쓰지 말고 이미지를 남발하지 말고 비유까지도, 비유는 일종의 미학적 논리인데, 미학적 논리가 과하면 시가 뜻을 잃어버린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 그런 만큼 “‘자발적으로 가난한’ 시를 쓰는 게 환경운동의 시적(詩的) 실천”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번잡스러운 수사나 오만 가지 고민이 아니라 ‘그저 첫 새벽에/일어나/오똑 앉는 그 일.//팔천대천세계에/느을 혼자임을//새삼 깨닫는/바로//그 일.’(‘시 쓰는 새벽’에서)이 바로 시를 쓰는 일이라는 말이다.

치열한 시어들이 넘쳐났지만 온몸으로 시대를 살아내느라 고단했던 과거와 달리, 시인은 이제 말을 많이 아끼지만 마음은 한결 평온하다. ‘황톳길’로 등단해 시력 37년을 맞는 김지하 씨. ‘황톳길’은 이제 ‘비단길’이 되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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