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785년 美통화단위로 ‘달러’ 채택

  • 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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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달러화는 미국의 상징이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드는 수단이다.

하지만 정작 달러화의 고향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다.

16세기 초 보헤미아(지금의 체코) 요하임 계곡에서 커다란 은광이 발견됐다. 이곳에서 난 은으로 만든 은화가 ‘요하임스탈러’. 이를 줄여서 ‘탈러’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발음이 ‘달러’로 바뀌었다.

은화인 달러는 유럽에서 인기를 끌다가 식민지 건설이 시작되면서 신대륙으로 흘러들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유럽 각국에서 발행한 여러 종류의 주화가 유통됐는데 그 중에서 스페인 달러가 가장 많이 쓰였다.

1785년 7월 6일 미국 의회는 달러를 화폐의 기본단위로 채택했다.

이때 달러는 미국 달러가 아니라 스페인 달러였다. 달러를 나타내는 기호인 ‘$’도 스페인의 ‘S’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미국이 스스로 달러를 처음 주조한 건 9년 뒤인 1794년이다.

출신은 유럽이지만 달러는 미국과 만나면서 신분이 급상승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부(富)가 집중되면서 영국 파운드를 밀어내고 세계 통화로 지위가 격상됐다. 금과 외화자산의 70%를 미국이 소유하고 있을 때였다. 각국의 통화 가운데 달러만이 금과 맞먹는 가치를 지녔던 것.

‘달러 시대’는 1971년 8월 15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이제 달러를 금과 교환해 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전까지 달러는 금 1온스에 35달러로 고정돼 있었다.

이른바 ‘닉슨 쇼크’로 2차 대전 이후부터 당시까지 유지되던 금-달러 본위제와 고정환율제도가 붕괴됐다. 이에 따라 각국의 통화가치가 미국 달러의 가치에 대비해 움직이는 ‘달러 본위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 각국의 경제가 미국 경제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달러의 몰락’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컨설턴트 출신인 경제분석가 리처드 덩컨은 저서 ‘달러의 위기’에서 “미국이 거대한 소비국가가 되면서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고 발권력을 동원하면서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통화인 달러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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