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귀신은 말속에 산다… ‘귀신은 말속에 산다’

  • 입력 2006년 7월 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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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론/고야스 노부쿠니 지음·이승연 옮김/248쪽·1만2000원·역사비평사

“문제는 귀신이 아니라 귀신론이다.”

일본 사상사학계의 거목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 오사카(大阪)대 명예교수가 갈파한 이 한마디는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 위해 귀신 이야기에 빠져 드는 우리네 삶의 정곡을 찌른다. 푸코의 지식고고학을 동양사상사에 적용한 저자는 이 책에서 공자에서 출원해 송대의 신유학과 조선의 퇴계를 거쳐 도쿠가와(德川)막부시대 이후 일본에서 현란하게 펼쳐진 귀신론을 추적한다.

귀신에 대한 유교적 담론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논어’에 등장하는 “아직 사람을 섬기는 일도 잘하지 못하거늘, 어찌 귀신을 알겠는가”라는 공자의 말이다. 저자는 이 발언이 “제사공동체 속에 확고하게 존속되어 온 귀신을 처음으로 담론 속에 존재하게 만든 원초적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공자의 발언을 “인간의 행위와 지식을 합리적 공간으로 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여러 차례의 ‘담론적 전회(linguistic turn)’를 거친 현대적 해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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