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에서 사제의 길로… 성공회 오인숙수녀 부제서품

  • 입력 200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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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카타리나 오인숙 수녀가 25일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박경조 주교에게서 한국 성공회 역사상 수녀로서는 처음으로 부제 서품을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성공회의 카타리나 오인숙 수녀가 25일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박경조 주교에게서 한국 성공회 역사상 수녀로서는 처음으로 부제 서품을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2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이날 부제(副祭) 성직을 받는 9명이 차례로 서울교구장 박경조 주교 앞에 무릎을 꿇고 안수를 받았다. 가장 마지막 차례로 박 주교 앞에 무릎을 꿇은 이는 오인숙(카타리나·65) 수녀. 오 수녀가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손을 모으자 박 주교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했다.

이로써 오 수녀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수녀에서 사제(司祭)로 변신하는 길로 들어섰다. 오 수녀는 앞으로 1년간 부제과정을 거친 뒤 내년 이맘때 사제 서품을 받는다. 가톨릭과 달리 성공회에서는 여성 사제를 인정하고 있다. 성공회에서 지금까지 신학을 전공한 여성 9명이 사제가 된 적은 있지만 수녀에서 사제로 변신하는 것은 오 수녀가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수녀가 사제가 된 예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성가수도회 소속인 오 수녀는 사제가 되어도 이 수도회의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6·25전쟁 때 부모를 잃고 성공회 보육원에서 자란 오 수녀는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자마자 자신을 친자식처럼 돌보아온 한 수녀님을 닮고 싶어 성공회의 성가수도회에 입회했다. 1984년부터 성공회대 교양영어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오 수녀는 “당초 7월에 65세 정년이 되면 은퇴해 책을 읽고 번역하며 여생을 즐겼으면 했는데 수도원의 요청에 응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걱정도 된다”며 “하지만 수녀들이 수도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수녀들에게 희망을 주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품식에는 오 수녀가 회원으로 있는 여성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 소속 불교 비구니 스님들과 원불교 교무들, 가톨릭 수녀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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