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오 수녀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수녀에서 사제(司祭)로 변신하는 길로 들어섰다. 오 수녀는 앞으로 1년간 부제과정을 거친 뒤 내년 이맘때 사제 서품을 받는다. 가톨릭과 달리 성공회에서는 여성 사제를 인정하고 있다. 성공회에서 지금까지 신학을 전공한 여성 9명이 사제가 된 적은 있지만 수녀에서 사제로 변신하는 것은 오 수녀가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수녀가 사제가 된 예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성가수도회 소속인 오 수녀는 사제가 되어도 이 수도회의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6·25전쟁 때 부모를 잃고 성공회 보육원에서 자란 오 수녀는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자마자 자신을 친자식처럼 돌보아온 한 수녀님을 닮고 싶어 성공회의 성가수도회에 입회했다. 1984년부터 성공회대 교양영어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오 수녀는 “당초 7월에 65세 정년이 되면 은퇴해 책을 읽고 번역하며 여생을 즐겼으면 했는데 수도원의 요청에 응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걱정도 된다”며 “하지만 수녀들이 수도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수녀들에게 희망을 주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품식에는 오 수녀가 회원으로 있는 여성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 소속 불교 비구니 스님들과 원불교 교무들, 가톨릭 수녀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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