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감]詩 쓰는 열정으로 슛∼골인…시인vs연예인 친선축구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코멘트
붉은 유니폼을 입은 시인축구단 ‘글발’과 흰 유니폼 차림의 연예인축구단 ‘자칼’이 경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붉은 유니폼을 입은 시인축구단 ‘글발’과 흰 유니폼 차림의 연예인축구단 ‘자칼’이 경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6 대 7. 시인축구단 ‘글발’과 연예인축구단 ‘자칼’의 6일 친선경기 결과다. 시인들은 “졌지만 잘했다”며 서로의 등을 두드렸다. 붉은 유니폼은 땀이 아니라 빗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경기가 열린 것은 6일 오후 2시 30분. 강풍을 동반한 호우가 일찌감치 예고돼 있었다. 그러나 경기 시작 1시간여 전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난지천공원 인조잔디구장에는 문인 선수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글발’은 1991년 시인 함민복 김요일 박정대 씨 등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평론가 서영채 씨, 시인 겸 소설가 이장욱 씨 등이 뒤이어 합류했고 김상미 김지헌 시인 등 여성들도 ‘서포터스’로 가세해 현재 회원이 60여 명에 이른다. 김요일(41) 씨는 “독일 월드컵이 가까워지면서 경기에 참가하는 문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한 달에 한번 벌이는 친선경기의 맞수가 5월에는 ‘자칼’. 경기 기록을 맡은 김상미(49) 시인은 “상대 팀 덩치가 너무 좋다”며 걱정스러워했다.

20분씩 3쿼터, 쿼터 사이에 5분씩 쉬기로 하고 호각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1분도 지나지 않아 ‘글발’ 팀의 선제골이 터졌다. 서영채(45) 씨가 쏜살같이 몰고 들어간 공이 네트 안에 꽂힌 것.

경기는 서로 골을 주거니 받거니 팽팽하게 계속됐다. 3쿼터가 2분 남았을 때 스코어는 6 대 6.

승부를 가른 골은 극적이었다. ‘자칼’팀이 찬 코너킥이 탤런트 김정균(41) 씨의 어깨에 내려앉았다가 튀어 올랐다. 공을 막기 위해 멀찍이 나와 있던 ‘글발’ 팀의 골키퍼가 돌아보는 사이 공은 골인.

경기를 마친 뒤 ‘자칼’팀의 탤런트 김병기(58) 씨는 “글 쓰는 분들이 이렇게까지 공을 잘 찰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전윤호 시인은 “열정 없이 시를 쓸 수 없는 법이고 그만큼 시인들은 불타는 투지를 갖고 있다”고 응수하며 웃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