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의 아름다운 가치는? 5월엔 차곡차곡 적어보세요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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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철쭉길로 저녁 산책에 나선 젊은 가족의 모습이 새삼 정겹게 다가온다. 5월은 늘 새롭다. 이번 5월도 뭔가 가족적으로, 가족과 함께, 가족만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보내고픈 생각이 든다.

내가 쓴 ‘아름다운 가치 사전’과 관련해 얼마 전 한 엄마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그렇게 ‘동화적으로’ ‘미덕적으로’ 잘 키우시니 참 부럽네요.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나는 “오죽하면 ‘아름다운 가치 사전’을 썼겠어요?” 하고 운을 떼고는 ‘채인선 아줌마의 비리 목록’ 사건을 들려주었다.

이 책의 원고를 정리할 때였다. 사춘기에 접어든 두 아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나의 미덕지수는 바닥 수준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당연히 나를 위선적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내가 남들에게 대단한 엄마로 보이는 것을 배 아파했는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말하자면 진실을 세상에 공포하기 위해 ‘채인선 아줌마의 비리 목록’을 적어놓은 것이다.

내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미친 듯 화를 내면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눈빛을 교환하는데 “엄마가 또 시간이 됐구나. 이럴 때는 입 다물고 있는 게 최고야. 그런 다음 우리는…” 그러곤 조용히 자기들 방으로 물러가서는 무언가 수첩에 적더니 침대 밑으로 밀어 넣는다. 얼마 안 가 아이들은 내게 경고했다. “엄마, 조심해야 돼. 우리가 엄마를 다 기록하고 있다고, 엄마만 기록하는 건 아니야.”

이 얘기를 들은 엄마들도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동화적이지도 않고 미덕적이지도 않은 자신들의 자책감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이렇게 서로 한바탕 웃고 난 다음, 나는 정색을 하고 엄마들에게 말한다.

“아마 이 책을 잘 활용하면 여러분의 비리목록은 저만큼은 길게 늘어나지 않을 거예요.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비리 목록은 다른 달에 채우고 이번 달에는 ‘아름다운 가치’ 목록을 채워보면 어떨까? 5월 ‘빨간 날’만 해도 5개다. 각자 가족만의 가치로 5월을 채워보자. 창의성은 어떨까? 결단력은? 하인스 워드가 보여준 효(孝)는?

채인선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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