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사극 뮤지컬’ 납시오∼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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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의 원작 연극 ‘이’. 조선 연산시대가 배경이지만 뮤지컬에는 록 등 현대 대중음악이 삽입될 예정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뮤지컬 ‘이’의 원작 연극 ‘이’. 조선 연산시대가 배경이지만 뮤지컬에는 록 등 현대 대중음악이 삽입될 예정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창작 뮤지컬계에 ‘사극(史劇)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제작 중인 작품만 해도 ‘이(爾)’ ‘대장금’ ‘정조대왕(가제)’ ‘황진이’ ‘구미호’ 등 5편. 한동안 소극장 규모의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창작 뮤지컬의 주류를 이뤘다면 사극 뮤지컬들은 코미디보다는 드라마가 강한 대극장 규모 작품들이다.》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은 7월 8일 막을 올리는 ‘정조대왕’. 정조와 여성 실학자 빙허각의 러브 스토리를 뼈대로 18세기 조선사회를 담아냈다. 중견 연출가 이윤택 씨가 연출을 맡았고, 뮤지컬 배우 민영기와 조정은이 각각 남녀 주인공에 캐스팅됐다.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초연 후 내년 2월 서울에서 다시 선보인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 ‘이’는 영화의 인기 덕분에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고 있는 작품. 11월 10일부터 12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 대극장에서 초연된다. 뮤지컬 스타 오만석과 엄기준이 ‘연산’과 ‘공길’로 출연하며 연극 ‘이’의 원작자이자 연출자였던 김태웅 씨가 뮤지컬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이’와 비슷한 시기(11월 25일)에 막을 올리는 ‘황진이’는 가장 유명한 역사 속 여성 중 한 명인 ‘황진이’의 극적인 삶을 다뤘다. 이달 중 주연배우 오디션을 실시한다.

TV 사극을 뮤지컬화한 ‘대장금’도 한창 작업 중이다. 뮤지컬 ‘달고나’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을 쓴 작가 오은희 씨가 대본을 맡아 작업 중이고 연출자 한진섭 씨 등 제작진도 구성됐다. 내년 상반기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1000석 규모의 대극장 작품으로 만들어질 ‘구미호’는 현재 이해제 씨가 쓴 대본에 맞춰 음악 작업 중. 올 10월에 워크숍 공연으로 먼저 선보인 뒤 내년 초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 서양음악에 국악 가미한 퓨전

다섯 작품 모두 ‘사극 뮤지컬’임에도 ‘퓨전’의 옷을 걸쳤다. 이는 뮤지컬의 중요 요소인 음악에서 두드러진다. ‘대장금’과 ‘이’는 모두 서양음악을 기본으로 하되 부분적으로 국악기를 도입할 예정.

‘황진이’의 경우 외국인에게 음악을 맡겼다. 영화 ‘인디안 썸머’ ‘이중간첩’ 등의 음악을 맡았던 독일 작곡가 미하엘 슈타허가 음악 감독이다.

‘구미호’는 영화 ‘구미호’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이동준 씨가 맡아 록을 포함한 서양 음악을 토대로 곡을 만들고 있다. 다섯 작품 중 상대적으로 국악적 요소가 강한 작품은 ‘정조대왕’. 국악관현악단장을 지낸 김영동 씨가 음악을 맡아 국악에 현대적 색채를 가미했다.

○ 사극영화 성공-다양한 소재가 자극제

최근 뮤지컬계에 일기 시작한 ‘사극 붐’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영화의 영향이 꼽힌다. ‘구미호’의 프로듀서인 김종헌 쇼틱 대표는 “그동안 사극 뮤지컬의 상업적 대중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황산벌’ ‘스캔들’ ‘왕의 남자’ ‘음란서생’ 등 사극 영화들이 잇따라 대중과 소통되는 것을 보면서 뮤지컬 기획자들도 사극 뮤지컬의 가능성과 대중적 코드를 읽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극이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역사가, 현실에서 고갈된 소재를 메울 수 있는 콘텐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제작하는 정재왈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사실의 기록물’로만 여겨져 온 역사를 마음껏 비틀고 가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 사실과 허구가 섞여 이야기(콘텐츠)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다”며 “사극 뮤지컬 붐은 ‘다빈치 코드’ 등 팩트(사실)와 허구(픽션)가 합쳐진 이른바 ‘팩션’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현상과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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