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하철1호선’ 29일 3000회 대기록

  • 입력 2006년 3월 29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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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통산 공연 3000회 대기록을 세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29일 통산 공연 3000회 대기록을 세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29일 공연 통산 3000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 극단의 단일 공연이 3000회를 돌파하는 것은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이 처음이다. 공연이 시작된 것은 1994년.

서울 대학로의 학전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기 대표는 축하 인사에 "축하는 무슨…."하며 멋쩍은 듯 피식 웃었다.

"1000회 때(2000년2월) 원작자인 독일의 폴커 루드비히가 내한해서 '2000회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런 말은 저주'라고 답했는데, 2000회 때(2003년 11월)도 오더니 또 '3000회까지 하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그 때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어느덧 3000회가 돼버렸네요."

그런 식으로 4000, 5000회도 맞지 않을까? 그는 담담하게 "관객이 드는 한 공연은 계속하겠지만, 이 작품은 이미 누린 것만도 과분하다. 더 욕심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60만 명 가까운 승객(관객)이 거쳐 간 '지하철 1호선'은 요즘도 북적댄다. 너나없이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대학로에서 유료 관객 비율 80~85%를 유지하고 있다.

잘 알려졌듯, 이 작품은 독일의 동명 뮤지컬이 원작인 번안 뮤지컬이다. 하지만 동독 소녀가 로커와 사랑에 빠져 베를린으로 오는 원작이 옌볜 처녀가 하룻밤 사랑으로 잉태한 아이 아버지를 찾아 서울로 온다는 뼈대만 같을 뿐 완전히 우리 것으로 풀어냈다.

'지하철 1호선'에는 포장마차 단속반, 윤락 여성, 노숙자, 미군 아버지를 둔 혼혈인, 강남 사모님, 외국인 노동자, 지하철 잡상인, 실직자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11명의 배우가 빚어내는 80여 명의 캐릭터를 통해 1990년대 서울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

이제 1200회 공연을 넘긴 독일 원작보다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이 더 '잘 달린다'. 원작자는 1000회 돌파 후 '해외에서 가장 오래 공연 중인 독일 작품'을 위해 '로열티 면제'라는 큰 선물을 줬다.

김민기 씨는 '지하철 1호선'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때로 평균 객석점유율 104%를 기록했던 1996년을 꼽았다.

"처음으로 배우들이 저보다 월급을 더 많이 타 갔어요. 당시 제 월급이 200만 원이었는데 (설)경구가 250만 원을 가져갔거든요. 10년 전 대학로에서는 엄청난 거액이죠. 내가 꿈꿨던 것을 이룬 것 같아 얼마나 기뻤던지…."

3000회 '장기 운행'의 비결은?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힘들고 어둡죠. '민중 대 착취 그룹의 대립'이라는 잣대에서 본다면 흔히 이들은 '적'(착취계급)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민초는 건강하고 낙천적이에요. 왜냐면,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증오보다는 희망의 힘이 더 강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실향민 출신 '곰보할매'가 1막 후반부에서 '산다는 게 참 좋구나, 아가야'를 부르는 장면이 사실상 이 작품의 정점이라고 본다. 희망으로 가득한 이 곡은 '아침이슬'의 가수로서 한 때 저항의 상징이었던 그가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말귀를 알아먹을 수 있을 때까지/움직일 수 있고/기대어 설 수만 있다면/마지막 가쁜 숨 몰아 쉴 그 순간까지/기래도 살아 있다는 건/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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