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베이징 이어 서울갤러리 여는 아라리오산업 김창일 회장

  • 입력 2006년 3월 29일 03시 04분


4월 6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아라리오 서울을 개관하는 아라리오 갤러리 김창일 대표는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좋은 전시공간을 만들어 훌륭한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Good spac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4월 6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아라리오 서울을 개관하는 아라리오 갤러리 김창일 대표는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좋은 전시공간을 만들어 훌륭한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Good spac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아날로그 시대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금과 부동산을 사들였다면 디지털 시대엔 미술작품이 금이 됐습니다. 외국 시장은 과열돼 인기 작가의 작품은 돈 주고도 사기 힘들 정도죠. 좋은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내후년쯤 뉴욕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아라리오의 모든 작업은 세계 시장을 뚫기 위한 전략인 셈이죠.”

국내외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로 손꼽히는 ㈜아라리오산업의 김창일(55) 회장. 한번 말문이 열리니 질문할 틈도 안 준다. 우렁찬 목소리와 열정적 몸짓에서 에너지가 넘쳐나는 그에겐 여러 개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충남 천안시의 아라리오 갤러리를 기반으로 2005년 말 아라리오 베이징(北京)을 열고 중국 미술시장에 진출한 화랑 대표, 생존 작가 중 그림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주요 컬렉터로서 해외에서 알아주는 미술품 수집가, 회화와 사진 등 다양한 미술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천안 고속버스터미널에 백화점과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업가 등. 지난해부터 국내 젊은 작가 10명, 외국에서 각광받는 웨민준, 왕광이 등 중국의 인기 작가 8명을 전속작가로 확보한 것도 화제였다.

“세계로 가기 위해선 전속작가가 있어야 합니다. 전속작가가 위대한 화가가 되면 우리도 위대한 갤러리, 미술관이 될 수 있어요.”

국내 미술계가 엄두를 못 내거나 상상하기 힘든 일을 거뜬하게 해낸 그가 서울에 진출한다. 4월 6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문을 여는 아라리오 서울의 개관전은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 마르쿠스 루퍼츠의 작품전으로 준비했다.

“과거 미술시장이 작가와 딜러(Dealer), 두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 시대였다면 지금은 자동차 시대예요. 작가와 딜러, 컬렉터와 전시장(Good space) 등 네 바퀴를 갖춰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죠.”

그는 5월 제주에 11개의 작가 스튜디오를 열고 3500점에 이르는 자신의 컬렉션을 보여 주기 위한 ‘어너더 뮤지엄’을 2010년 개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전방위 활약 덕분에 그의 영어 이니셜을 딴 ‘씨 킴(CI KIM)’이란 이름은 국내외에 두루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0억 원을 들여 작품을 구입했고 77억 원어치를 팔았다. 자동차에선 엔진이 좋아야 하듯이 그는 현대미술에 있어 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돈이 목표는 아니란다.

“꿈은 돈과 다릅니다. 아라리오의 꿈은 외국 작품을 사다가 이문 붙여 파는 게 아니라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꿈을 향해 돌진하는 그의 에너지원은 무엇일까.

“남이 나를 멸시하거나 무시할 때 더 큰 에너지를 얻습니다. 재수할 때 수면제를 30알씩 갖고 다녔죠. 3수 끝에 대학(경희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일이 뜻대로 안 되거나 극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이북서 내려온 부모님의 셋째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어머니의 부탁으로 천안 고속버스터미널의 운영을 맡았다. 사업가 기질을 발휘한 그는 매점 직영으로 적자 터미널에서 억대의 수입을 올렸고 1978년부터 미술품 수집에 눈을 돌렸다.

“내 컬렉션 중 50%는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고 감이 오기 시작한 때가 7년 전인데요, 뭐. 그래도 후회 없어요.”

사업이든 미술이든 그의 배짱은 남다르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Hymn’을 160만 달러를 주고 사들일 때도, 750억 원을 들여 천안에 대형 쇼핑몰을 짓겠다고 할 때도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어김없이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세계는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어요. 지금 중국과 인도 미술이 급성장하는데 한국도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정면 돌파한다는 인생관을 담아 호도 ‘정면’으로 정했다. 그의 정면 돌파가 한국 미술의 세계시장 정면 돌파로 이어질 것인지 궁금해진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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