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에서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들에게 교황과의 일치, 교황청과의 유대를 상징하는 추기경 반지를 끼워줬다. 붉은색 수단과 장백의(長白衣) 위에 흰색 제의를 걸친 정 추기경은 무릎을 꿇고 반지를 건네받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강론에서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부름에 지체 없이 와준 것처럼 새 추기경이 부름에 응해 줘서 고맙다”며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헌신한다는 표시로 추기경 반지를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서임 축하 미사에 이어 정 추기경은 로마 한인신학원에서의 미사 집전, 교황청이 지정한 명의성당에서의 집전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25일 오후 5시에는 한인신학원에서 교민과 한국에서 온 하객 등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기경 서임 축하 미사가 열렸다. 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위로라도 주는 사람이 되겠다”며 “(사람들을 인도하는) 밤하늘의 작은 별이 되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정 추기경은 특히 “김수환 추기경께서 임명됐을 때는 로마에 적을 둘 곳이 없을 정도였다”며 “국력이 신장된 덕택에 추기경이 될 수 있었다”면서 국민에게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추기경 서임으로 로마 시민 자격을 얻은 정 추기경은 한인신학원을 주소지로 삼을 예정이다.
이날 신학원 마당에서 열린 축하 리셉션에는 김수환(金壽煥) 추기경, 한홍순(韓弘淳)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유학생과 교민들이 가곡과 전통 무용으로 축하공연을 펼쳤다.
정 추기경은 26일에는 교황청이 지정한 ‘산타 마리아 이마쿨라타 디 루르드 아 보체아’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루르드의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 성당’이라는 뜻의 이 성당에서 받드는 수호 성인은 명동성당과 같은 성모 마리아다. 이에 대해 정 추기경은 “교황님께서 특별히 배려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추기경은 30일(한국 시간) 귀국할 예정이다.
바티칸=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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