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고바우영감 박사 됐어요”…만화분석 논문 정인경 씨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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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우 영감’ 박사라고 불러 주세요.”

21일 일본 교토(京都) 세이카대에서 만화 박사 학위(예술박사)를 받을 예정인 여성 만화가 정인경(33·사진) 씨. 이 대학의 박사 학위는 실기와 논문이 동시에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만화 강국 일본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의 학위 논문 주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시사풍자 4컷 만화인 김성환 작가의 ‘고바우 영감’이다. 그가 카툰(1컷 만화)을 전공한 이유는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다.

“1955년 1월부터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고바우 영감’은 한국 사회와 함께 숨 쉰 살아 있는 만화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었어요.”

그는 논문에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고바우 영감’의 역할에 주목했다. 만화에 담은 정치, 사회 비판의 메시지보다 고바우 영감이 더 눈길을 끌까 봐 일부러 머리카락 한 올에 초라한 행색의 캐릭터를 개발한 점도 분석했다.

“한국 카툰의 특징은 한마디로 비판정신입니다. 일본의 아사히나 요미우리 신문에도 4컷 만화가 있지만 대부분 평범한 일상생활이 소재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평화헌법 폐지를 추구하는 우익 등 비판 거리가 많은데도 그런 주제를 다루는 데 소극적이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 그리기에 열중했던 정 씨의 꿈은 순정만화 작가였다. 그러나 교육자 집안의 엄격한 가풍에 부딪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스물다섯 살에 만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만학이었지만 독일 하노버 엑스포 국제만화전 입선, 교토국제만화전 사상 최초 아시아인 그랑프리(대상) 수상 등 경력이 화려하다. 현재 산케이신문 만화가(법정 장면 묘사)로 활동 중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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