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781년 獨극작가 레싱 사망

  • 입력 2006년 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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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1729∼1781) 선생님, 오늘은 독일의 빛나는 극작가이자 사상가였던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신 지 225년 되는 날입니다. 이 자리에 모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괴테, 실러 등 나보다 더 큰 별들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는데 보잘것없는 사람을 초대해 주다니.”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 유럽과 아랍이 심각한 문화충돌을 겪고 있습니다. 덴마크 신문이 마호메트의 얼굴을 풍자만화의 소재로 삼은 데 격분한 이슬람교도들이 유럽인 관련 시설을 공격하는 등 소동이 일어났지요.

“나는 생애를 통해 모든 종교가 서로 관용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희곡 ‘현자(賢者) 나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독교인이거나 유대교인, 이슬람교도이기에 앞서 우리는 무엇보다 인간 형제 아닙니까? 관용과 인본주의 없이는 인간이 세상에 행복하게 공존할 수 없습니다.”

―방금 언급하신 ‘현자 나탄’을 비롯한 여러 작품 속에서 선생님은 비기독교인을 선량하고 이성적인 존재로 그리셨습니다. 그 때문에 고초도 겪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종교의 가르침이 주는 본질은 인간에 대한 사랑에 있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인간을 적대시하는 것은 자신이 모시는 예수를, 모세를, 마호메트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작품 속에서 유대인 나탄이 말하는 ‘반지의 비유’가 특히 인상 깊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 동방의 왕가가 오팔 반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왕들은 대대로 가장 덕이 높은 아들에게 그 반지를 물려주었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 왕이 복제품 반지를 두 개 만들어 세 아들에게 하나씩 반지를 물려주었던 거죠. 사람들은 어느 반지가 진짜인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재판관은 현명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대로 덕이 높은 후계자가 반지를 소유해 왔으므로, 세 명의 아들은 각각 자신의 행실을 통해 진정한 반지의 주인이 자신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은 바로….

“그렇습니다. 여러 종교가 저마다 자기만이 진리라고 주장합니다. 주장에서 그치지 말고 모든 종교인은 자신의 덕을 통해, 인간 사회에 주는 선과 광명을 통해 자신의 믿음이 진정 선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입증해야지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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