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섭 국민대 교수 17일부터 친환경 디자인전

  • 입력 2006년 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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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기 디자인전 준비하는 데 맞나?’ 싶어 두리번거리다, 위아래 검은색 등산복에 운동모자를 눌러쓴 윤호섭(64)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만났다. 17일∼4월 2일 친환경적 삶과 디자인을 주제로 열리는 ‘윤호섭이 만드는 하루하루의 녹색메시지’전의 마무리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

“전부 잡동사니죠. 나는 내 작업을 예술작업의 고상함으로 보지 않고 하루하루 마땅히 실행해야 할 퍼포먼스로 봅니다. 자연과 일상 사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통해 삶에 녹아 있는 녹색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전시회는 ‘세상에 하찮은 것이란 없다’고 소리치는 듯하다. 한때 버려졌으나 이제 다시 새 생명을 얻은 것들이 당당히 전시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버려진 톱밥을 한데 모아놓으니 푹신한 쿠션으로 변신하고, 막대 사탕을 담아 파는 커다란 통에 꼬치 요리에 쓰이는 대나무 꼬챙이들을 꽉 채우니 지압의자가 부럽지 않다. 한마디로, ‘발상의 전환’을 보여 준다.

“그린(green) 디자인이란 굉장히 단순하고 본능적인 것이죠. 전시회를 본 사람들이 ‘이런 거면 나도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녹색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사실 그에겐 삶 자체가 환경의 현장이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친환경적 삶을 실천하려 노력한다. 1회용 나무젓가락 포장지를 책갈피로 쓰는 작은 일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집에 있는 냉장고를 없앴고, 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된 뒤에는 고물차도 팔고 자전거나 버스로 다닌다.

‘그린 디자인의 전도사’로 알려진 윤 교수는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광고회사를 거쳐 1982년부터 국민대 교수로 있다. 교육과 환경, 디자인을 접목하는 작업을 해온 그가 생각하는 그린 디자인이란 ‘타(他)에 해롭지 않은 질서’를 뜻한다. 전시 팸플릿도 재생지를 사용해 콩기름으로 인쇄하는 등 준비도 친환경적으로 했다. 황새, 고래, 도롱뇽 등 멸종 위기 동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많은 어린이와 자신의 녹색 메시지를 나누고 싶어 한다. ‘작가와의 대화’(일 오후 2시)와 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고래 등 멸종 동물을 직접 그려 보고 지렁이도 만져 보는 ‘날마다 녹색생활’ 워크숍(토 오후 2시, 4시)을 마련한 이유다. 워크숍은 인터넷(www.kium.org)으로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 02-720-799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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