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주말 ‘개관 100일’…176만명 발걸음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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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향기에 취해…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백제금동대향로를 살펴보고 있다. 4일로 개관 100일을 맞는 중앙박물관은 관람객 대부분이 다시 찾기를 원하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박영대 기자
백제의 향기에 취해…
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백제금동대향로를 살펴보고 있다. 4일로 개관 100일을 맞는 중앙박물관은 관람객 대부분이 다시 찾기를 원하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박영대 기자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이 4일로 개관 100일을 맞는다. 1월 31일까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176만3406명. 100일 째는 180만 명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유료화 이후 관람객 거품은 다소 빠졌지만 여전히 매일 1만4000여 명이 찾는 ‘국가적 명소’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1. 6명 중 5명 “또 오고 싶다”

박물관 관람객은 지난해 10월28일 개관 이후 사흘 만에 10만 명 돌파, 44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다 1월 3일부터 유료화(일반 2000원, 청소년 1000원)하자 관람객 수는 다소 줄었다. 무료 관람 기간에 하루 평균 2만3500명이던 것이 유료화 이후엔 1만4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개관 초기의 ‘구경꾼 거품’이 빠졌고, 겨울방학으로 학생 단체관람객이 감소해 충분히 예상됐던 현상”이라고 말한다.

개관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29일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하지만 유료화 이후 관람 시간은 늘어났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관람객의 전시장 이동 속도가 느려졌고, 모바일전시안내시스템의 대여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모바일안내전시시스템을 이용한 관람객의 동선을 분석한 결과 제일 인기 있는 유물은 국보 제191호 신라 황남대총 금관과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 전시실 중엔 고고관의 신라실과 미술관의 불교 조각이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나타났다. 박물관이 최근 관람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명 중 5명(83.7%)이 박물관을 다시 방문하겠다고 답했다. ‘유물을 더 보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응답자의 절반 이상(58.4%)이었다.

2. 재미 만점 어린이박물관 인기

어린이박물관에 전시 중인 흙인형들. 악기를 연주하는 신라 토우를 재현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물관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재개관하면서 새로 만든 어린이박물관. 예약제(하루 6회, 한 회 150명)로 운영하는 이곳은 하루 평균 900명 이상이 다녀간다. 교과서에 나오는 빗살무늬토기나 반달모양 돌칼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게 큰 특징. 어린이들이 금관이나 돌칼을 직접 만들어보는 교육 프로그램도 매회 마감되고 늘 대기 인원이 많다.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박물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우리나라 역사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딸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배영심), “어른이 보는 박물관은 아이들에게 어렵고 지루할 수 있지만 어린이박물관은 지루할 시간이 없다”(최진희)는 등의 관람 후기가 이어진다.

어린이박물관의 고민은 관람객 수용 문제다. 신대곤 학예사는 “전시실을 보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은 늘 예약 인원보다 넘쳐나고 있으며, 한 회 수용 인원이 많아서 전시실을 여유있게 체험하기가 어렵다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물관 측은 어린이박물관 리모델링과 증축을 검토하고 있다.

3. 편의시설-관람질서 아쉬워

국립중앙박물관 고고관 신라실에 있는 신라 황남대총 금관 앞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개관 이후 전시 내용과 관련해 크고 작은 오류 지적이 나왔고 대부분 그 즉시 시정됐다. 하지만 식당 등 부대시설에 대한 관람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박물관 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부대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박물관에 비해 푸드코트가 빈약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음식을 주문하지 않으려면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신아정), “도시락을 준비했지만 먹을 곳이 없었다. 식당에서 자리 잡고 음식을 먹으려면 최소한 1시간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허간란)는 등의 불만이 최근까지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다.

박물관을 다녀온 김종현(35) 씨는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시달렸다”며 관람질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씨는 “전시물이 담긴 유리장 곳곳에 지문이 묻어 있었고, 박물관 아무데서나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꼬집었다.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 재개관 후 시설,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 “외국어 잡지를 발간하고 외국어를 잘 하는 안내 직원을 배치하는 등 우리 문화재를 세계화하는 일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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