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부모 의식구조 분석

  • 입력 2006년 1월 15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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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부모'는 다르다.

'처갓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도 이들에겐 옛말이고 '아줌마'란 말도 남의 얘기다.

1970년대에 태어나 서태지에 열광하고 배낭여행도 경험한 X세대. 인터넷 1세대로 불리면서 현재 26~35세가 된 이들은 부모로서도 이전 세대와는 다른 의식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은 과거 X세대로 불린 26~35세 부모를 심층 분석한 보고서 '우리 시대의 Fair-ents, X-mommy, X-daddy'를 15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26~35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및 심층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들 딸 구분을 왜 해?"

X세대 부모들의 가족관은 자유롭고 유연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친가든 외가든 아이의 양육을 도와주는 쪽과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X세대 남성들은 처가살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다.

자녀관에서도 남아 선호의식이 강했던 부모세대와는 달랐다. '자녀의 성(性)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86.4%를 차지했고 '딸이 아들보다 재산'이라는 대답이 85.6%나 됐다.

X세대 부모들은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생각해 부모 세대가 가졌던 "아이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인생관과도 차이를 보였다.

●"자식과 내 인생은 별개"

X세대 엄마들은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기질이 강하다. '줌마렐라'는 경제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아름답고 적극적인 성향을 지닌 기혼 여성.

이들은 '헌신과 희생'에 삶의 무게를 두지 않는 게 특징이다. '나'를 위하고 꾸미는 데 더 열성적이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유행을 좇거나 과시적인 소비를 하지는 않는다.

명품이라고 무조건 좋아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소비한다. 가격이 비싸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식이다.

X세대 부모들은 자녀에게 '다걸기(올인)'하지 않는다. 사랑과 의무는 다 하지만 자녀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또 자녀들이 친구 같은 아빠 엄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녀 눈높이에 맞춰 어울리는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합리적 균형을 추구하는 'Fair-ents'

10여 년 전 이기적인 세대로 규정됐던 X세대.

이들도 부모가 되면서 상대의 독립성을 존중하게 됐다. 자녀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중시하면서 타인도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생활에서는 철저히 실리를 추구한다. 부모세대가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하지 않는다'던 '처가살이'도 이들은 기꺼이 받아들인다.

조사를 담당한 제일기획 박재항(朴在恒) 국장은 "X세대 부모들은 과거와 미래, 나와 남, 부부와 자녀 관계에서 한군데로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균형을 잡으려는 '공평한(Fair)'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기존의 전통적 부모(Parents)와는 다른 'Fair-ents'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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