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아! 58년 개띠

  • 입력 200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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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나이 얘기만 나오면 ‘58년 개띠’, ‘58년 개띠’ 그러는데 우리가 무슨 동네북입니까. 입시제도나 사회의 격변도 항상 제일 먼저 우리한테 닥쳐왔고…. 그렇지만 실제로 우리 1958년생들은 누구보다도 정이 많고 곧고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세대예요.” “그럼요, 개띠만큼만 하면 다들 일이 잘 풀릴 거예요.” 2006년 개띠 해를 이틀 앞둔 12월 30일 ‘개띠’ 예찬론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푸른하늘 은하수’ 카페 주인 천승복(47·여) 씨와 ‘58개띠 마라톤 클럽’ 운영자 권라혜(47·여) 씨, 그리고 9년째 ‘용띠 위에 개띠’라는 연극을 연출하고 있는 이도경(53) 씨 등이다.》

이들이 말하는 개띠의 특성은 정(情) 충(忠) 주(走) 세 가지로 축약된다.

2002년 천 씨가 만든 카페는 1958년생 ‘개띠’만 가입할 수 있는데 회원이 1300여 명에 달한다.

“우리 카페의 특징은 가입하자마자 곧바로 게시판에 희로애락이 담긴 일상부터 개인적인 치부까지 드러내며 쉽게 친해지는 거예요. 또 이런 얘기들이 단순한 걱정이나 넋두리로 끝나지 않고 실직자 직장 소개해 주기, 의사 소개시켜 주기, 경조사에 품앗이 가기 등 자발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요.”

“그런데 왜 우리 사회에서 ‘58년 개띠’란 말이 그렇게 인구에 회자되는 걸까요?”

“우리가 6·25전쟁이 끝난 뒤 시작된 베이비붐의 절정에 선 세대이기 때문일 거예요.”

1958년생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그 같은 통념은 1960년에 실시된 인구센서스에서 비롯됐다.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1958년생이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기록돼 90만 명 안팎인 1957년생 이전과 80만 명 안팎인 1959∼60년생에 비해 훨씬 많은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구학자들은 1970년 이전의 인구센서스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뺑뺑이 세대’로 불리는 1958년생들은 선배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기도 했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2년 전 중학 입학시험이 없어졌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1974년 고입 시험이 사라지고 연합고사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1958년생인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가 중고교에 진학할 때 입시제도가 바뀌었다는 속설도 58년 개띠를 세인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입시 경쟁에서 자유로워진 세대와 개가 지닌 활달하고 개방적 이미지가 겹쳐진 결과라고 해석한다.

“우리는 언제나 ‘낀 세대’였어요. 민주화운동사에서도 유신시대 운동권 세대와 386세대 사이의 익명의 존재이고, 문화적으로도 1970년대 포크 세대와 1980년대 발라드 세대의 중간에 있잖아요.”

“우리 또래가 사회에 진출해 갓 결혼했을 때 부동산값이 폭등했지요. 불혹의 나이로 회사에서 중간관리자가 됐을 때쯤 외환위기가 터져 구조조정의 타깃이 됐고요.”

“그러니까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말할 때 ‘58년 개띠’ 운운하는 게 아닐까요?”

“그럴 거예요. 우리들에게 특수했던 역사, 이미지가 겹쳐져 평등의식과 단결력이 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력이 강하다는 오늘날 58년 개띠의 신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권 씨는 “제가 운영하는 ‘58개띠 마라톤 클럽’에는 마라톤 풀코스(42.195km) 완주 기록을 가진 58년 개띠 460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면서 “58년생들은 개띠라 그런지 정말 잘 뛰고 강인하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병술년에도 희망을 가슴에 품고 시련은 땀으로 씻어내며 힘차게 달릴 것”이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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