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후 맘을 완전히 비우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독한 감기 바이러스에 며칠 시달려서 내 마음까지 밋밋해진 걸까.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정말 한참을 멍하게 침대에 누워있었다.
10여 년을 다닌 직장을 관둘 때 참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이미 서른 중반에 접어들었는데 무얼 하겠느냐고.
무언가를 긁적이는 걸 좋아했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영화를 좋아했고, 엉뚱한 상상을 해대며 실실 웃기를 즐겼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극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불안한 미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참말로 행복했다.
열정만 갖고 버티기는 어려운 게 작가의 길일진대 속내를 표현 않고 그저 묵묵히 지켜봐 준 가족들이 고맙고, 그저 지나가는 말씀일지라도 재능 있다는 말 한마디로 꿋꿋이 달릴 힘을 주신 지인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직도 어둡고 꼬불꼬불한 숲길을 헤매는 나에게 길을 밝히라고 소중한 등불하나 주신 동아일보 신춘문예 관계자님들께도 깊이 감사를 드린다.
한증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