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신춘문예]단편소설부문 심사평

  • 입력 200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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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본심 진출작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이남호(왼쪽) 복거일 씨.
단편 본심 진출작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이남호(왼쪽) 복거일 씨.
본심에 오른 열다섯 편의 응모 작품의 평균적 모습은 빈궁한 젊은이들의 일상을 그린 일인칭 소설이다. 자연히, 들려 주는 이야기가 시원찮고 주제에 대한 성찰이 깊지 못하며 설명이 묘사를 압도한다. 그런가 하면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장면과 상황이 많다는 점, 상황을 주도하는 사람이 주로 여성이라는 점 등도 관찰된다. 젊은이들이 맞은 사회 상황을 반영하는 듯하다.

최종적으로 다섯 편이 본심 위원의 주목을 끌었다. ‘대문 없는 집’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심도 있게 재현했으나 소설적 변용이 부족하여 밋밋한 느낌을 준다. ‘먼데이모닝 5:19’는 죽은 자의 넋을 화자로 삼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문장에 생동감이 있다. 그러나 소설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 소홀한 작품이다. ‘거울 앞에서’는 늙음과 세대교체라는 오래된 주제를 그런대로 잘 소화해 내고 있지만 화자를 평범한 생활인이 아니라 생활과 무관한 신경증 환자로 만들어버린 것이 아쉽다. ‘벨라마니’도 소재와 구성의 면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었지만 무리한 상황 설정과 장면이 적지 않았고 약간 들뜬 작품이다. ‘짝짝이 구두와 고양이와 하드락’은 한 젊은이가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디테일과 구성력에서 미덕을 지닌 작품이다. 어떤 작품도 당선작으로 삼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신인의 패기, 젊은 감각, 상대적 건강함 등등을 존중하여 ‘짝짝이 구두와 고양이와 하드락’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복거일 소설가 이남호 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예심: 윤대녕 박철화 조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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