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산타마을에 산타가 있었네…핀란드 북극권 ‘라플란드’

  • 입력 2005년 12월 23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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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북부 북극권의 라플란드 겨울 풍경. 북극권과 시베리아 사는 원주민 사미족이 순록썰매에 아이들을 태우고 침엽수림의 눈길을 지나고 있다. 라플란드(핀란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핀란드 북부 북극권의 라플란드 겨울 풍경. 북극권과 시베리아 사는 원주민 사미족이 순록썰매에 아이들을 태우고 침엽수림의 눈길을 지나고 있다. 라플란드(핀란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눈도 많고 추위도 심한 올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도 겨울 분위기가 짙다. 이런 겨울에는 산타클로스 전설이 태어난 북구 스칸디나비아가 생각난다. ‘산타파크’와 ‘산타빌리지’가 있는 핀란드의 북극권, 라플란드(Lapland·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북부와 러시아의 콜라반도에 걸친 산지)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헬싱키를 이륙해 1시간 20분쯤 비행한 핀에어(국적항공사) 항공기가 내린 곳은 키틸라. 북극권(북위 66도 33분 이북) 경계선의 타운 로바니에미로부터 북서쪽으로 200km나 떨어진 오지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세상. 화이트아웃(눈 덮인 땅 위로 눈보라가 치며 온통 하얗게 변해 땅과 공중을 구별할 수 없는 상태)으로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다.

이 시골공항에는 탑승교가 없어 트랩을 이용해 승객이 내린다. 활주로 바닥을 보니 온통 눈이다. 항공기는 화이트아웃 직전까지 치달은 세찬 눈보라를 뚫고 이 눈밭에 그대로 내린 것이었다. 그러나 찬탄은 이르다. 앞으로 며칠간 눈 덮인 왕복 2차로를 주저 없이 시속 100km로 달리는 핀란드 사람들의 환상적인 운전 실력을 보기 전까지는.

눈보라가 잦아들며 주위 풍광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키틸라 주변. 얕은 구릉 형태의 산지가 지평선을 이루는 특이한 형태의 대지다. 그런 눈밭을 버스로 달리기를 20여 분. 거대한 언덕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산이 나타났다. 버스는 오르막을 올라 하얀 눈밭 언덕 위에 전망대처럼 생긴 팔각형의 통유리창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가마솥뚜껑처럼 둥근 레비툰투리 산의 정점(해발 530m) 바로 밑(450m)이었다.

이튿날 아침. 12월 초 레비 지역의 해는 오전 9시쯤에야 떴다. 해가 지는 오후 1시 반까지 길어야 네 시간쯤 될 낮 시간을 이용해 스노모빌 사파리에 나섰다. 스노모빌을 타고 눈 속을 헤치고 산과 호수 등 자연을 둘러보는 여행이다. 북극권에서 스노모빌은 이제 생필품이 되었다. 침엽수림의 나무 사이 길로, 눈이 1m 이상 쌓인 얼음호수를 거침없이 달리기 때문이다.

스노모빌 사파리의 하이라이트는 티피에서의 휴식이다. 티피란 시베리아의 북극권에 널리 퍼져 사는 원주민 사미족의 텐트로 아메리칸 인디언의 이동식 가옥인 티피와 거의 같은 모양이다. 실내는 모닥불을 피워 따뜻하다. 그 주위로 순록 가죽을 덮은 벤치가 있고 사람들은 여기에 모여 앉아 모닥불에 걸어둔 주전자에 끓인 커피를 나무 잔에 담아 마시면서 언 몸을 녹인다. 그 커피 맛, 잊지 못할 만큼 기막히다. 구운 치즈를 잘게 잘라 넣어 주는데 물렁해진 치즈를 씹으면 커피와 어울려 구수한 맛을 낸다.

오후 3시. 이미 해가 져서 깜깜한 북극권. 핀란드식 사우나를 체험하는 것은 이때부터다. 핀란드에는 호텔마다, 로지(lodge)마다, 심지어는 집집마다 사우나가 있다. 얼마나 많을까. 514만 인구에 사우나가 160만 개란다. 세 사람에 하나씩인 셈.

사우나 종류도 많지만 관광객의 호기심을 사로잡는 것은 ‘레이크 사우나’다. 눈 무게로 가지가 축 처진 침엽수림 숲가의 통나무집에 설치된 사우나에서 뜨겁게 달군 몸을 통나무집 바깥의 호수에 담그는 ‘열탕 냉탕 오가기 사우나’다.

사우나의 도크에서는 말린 자작나무 가지로 피부를 두드려 마사지한다. 이따금 스토브 위의 달군 돌에 물을 한 바가지 끼얹어 수증기를 쐰다. 그러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지면 도크를 나가 샤워를 하거나 눈밭에서 뒹군다. 그리고 얼음 깬 호수에 몸을 담그기도 한다. 그 상쾌함이란,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평소 무뚝뚝한 핀란드 사람들. 사우나에만 오면 바뀐다. 말도 잘하고 표정도 풀어진다. 도크 바깥의 실내에는 테이블과 벤치가 있어 맥주와 주스를 생선구이 혹은 소시지와 함께 마신다. 이렇게 음식도 먹고 대화를 하면서 즐기는 것이 핀란드식 사우나다.

키틸라를 떠나 눈으로 만든 호텔(스노캐슬)이 있는 케미를 거쳐 당도한 곳은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가 연중 자리를 지키는 산타빌리지와 함께 거대한 화강암 굴 안에 산타클로스를 테마로 유희시설을 갖춘 ‘산타파크’가 있는 곳이다.

산타빌리지는 일 년 열두 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타클로스 기념품점은 물론 모든 시설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단장돼 있다. 그 산타빌리지의 중앙에 있는 우체국이 명물이다. 전 세계에서 아직도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고 있는, 아니면 믿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를 받고 또 부치는 곳이다. 그리고 산타클로스도 있다. 그의 방에 찾아가자. 언제나 친절하게 ‘호호호’ 하는 웃음과 함께 반기며 기념촬영에도 응해 준다.

● 여행정보

▽핀란드 겨울여행=www.finland-winter.com ▽레비 △지역정보: www.levi.fi △일라스 스키장: www.yllas-travel-service.fi ▽케미 △지역정보: www.kemi.fi △스노캐슬(눈으로 만든 호텔): www.snowcastle.net ▽로바니에미 △지역정보: www.rovaniemi.fi △산타파크: www.santapark.com △산타빌리지: www.santagreeting.net △핀란드 산타 정보: www.finland-santa.com △산타클로스에게서 이메일 받기: www.santamail.org ▽헬싱키 △지역정보: www.hel.fi △헬싱키카드: 버스 트램 기차 지하철에 통용되고 50개 박물관 무료 입장.

키틸라(핀란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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