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칸트와 마르크스,時空넘어 通하다

입력 2005-12-17 03:01수정 2009-10-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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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 일본 긴키대와 미국 컬럼비아대를 오가며 강연을 하고 있는 그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사상의 핵심 내용은 ‘트랜스크리틱’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트랜스크리틱/가라타니 고진 지음·송태욱 옮김/528쪽·2만2000원·한길사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일본 긴키(近畿)대 교수는 원래 경제학을 전공했다가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문학비평을 넘어서 세계적 문명사상가가 됐다.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접목시키고, 동양인이면서도 서양의 합리주의를 그 내부로부터 철저하게 독해해 낸 바나나 같은 사상가이다.

‘트랜스크리틱’은 그런 가라타니 스스로가 자신의 야심작이라고 밝힌 작품이다. 칸트에서 마르크스를 읽어내고, 마르크스에서 칸트를 읽어낸다는 이율배반적 독해가 눈부신 지적 성취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관념론자인 칸트와 유물론자인 마르크스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단 말인가. 칸트는 근대 자유주의의 뿌리로 거론되고 마르크스는 근대 사회주의 이론의 뿌리가 아니었던가.

저자는 흔히 경험론과 합리론을 종합했다고 알려진 칸트 철학의 핵심은 초월론적 시각에 있다고 본다. 칸트의 초월론적 시각은 주관을 벗어나 객관에 서려는 끊임없는 반성적 성찰의 산물이다. 그것은 경험론을 관념론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관념론을 경험론의 입장에서 비판하는 ‘위치 이동(transposition)’과 그것이 야기하는 강렬한 ‘시점의 차이’를 통해 획득된다.

이는 마르크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이다. 마르크스 연구자들이 청년 마르크스와 장년 마르크스 사이에서 종종 길을 잃듯이 마르크스는 관념론이 지배하는 독일에서는 영국 경험론을 통해 독일 헤겔 좌파를 비판하고, 경험론이 지배하는 영국으로 건너가서는 자신을 ‘헤겔의 제자’라고 공언한다.

또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형이상학에 대한 직접 비판이 아니라 인간 이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실천이성(윤리)을 강조했듯 마르크스도 ‘자본론’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전망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치밀한 메커니즘을 밝히는 방식으로 실천적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칸트가 시간과 공간처럼 경험적으로 파악할 수 없지만 우리 경험의 기반이 되는 ‘통각 X’를 찾아냈듯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화폐를 상품경제를 성립시키는 초월론적 형식으로 파악했다는 통찰에서 빛을 발한다.

저자는 칸트와 마르크스의 이런 비판적 사유 방식이 횡단적(transversal)이고 전위적(transpositional)이며 초월론적(transcendental)이라는 점에서 트랜스크리틱(transcritique)이라고 부른다.

이 책의 독창성은 이런 독해를 더욱 발전시켜 각기 자율적 존재이면서 상호보완적인 ‘자본-국가(state)-민족(nation)’의 공고한 삼각관계를 풀어헤치는 방식으로 이들을 비폭력적이고 합법적으로 해체할 수 있는 대안(어소시에이셔니즘)까지 제시한 점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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