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자전거 마니아’ 구자열 LS전선 부회장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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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건강과 기쁨을 선물해 준 평생 친구라고 말하는 LS전선 구자열 대표이사 부회장. 변영욱 기자
자전거는 건강과 기쁨을 선물해 준 평생 친구라고 말하는 LS전선 구자열 대표이사 부회장. 변영욱 기자
《지난달 26일 정오 무렵 올림픽공원이 보이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자전거 전문점.

한 MTB 마니아가 자전거 페달을 멈추더니 숨 고르기를 했다.

LS전선 구자열(52) 대표이사 부회장.

‘철인 CEO’로 불리는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30분 만에 20km를 주파했다.

그는 2002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알프스 산맥을 넘는 ‘트랜스 알프스’ 대회에서 7박 8일간 650km를 완주했으며 미국 모하비 사막을 횡단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9∼11일 열리는 ‘2006 서울 바이크 쇼’의 홍보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정도다.》

○ 내 인생의 자전거

“자전거를 좋아하면 여기 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신호등에 걸려 조금 늦었네요.”

그는 일주일 중 하루는 청계산 등에서 MTB를 타거나 집에서 안양 공장까지 40km를 자전거로 출근한다. 등산 골프 스키 스노보드 수영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지만 자전거와는 각별하다. 고교 2년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뼈가 함몰되는 바람에 6시간 수술을 받기도 했다.

“아버님이 자전거를 집어던지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지금도 피곤하면 머리가 아파요. 하지만 아직 자전거를 못 버리고 있네요.”

그는 자전거를 오래 사귄 ‘친구’와 비슷하다고 했다. 평생을 함께했지만 싫증나지 않고 늙었다고 무시하지도 않는다는 것. 나이에 맞게 페달을 밟는 속도만 조절하면 관절에 부담이 가지 않고 심폐와 허리 강화에 좋다고 한다.

그는 MTB를 8년째 즐기고 있다.

“가수 김세환 씨가 스키장에 자주 MTB를 타고 왔는데 그때 MTB에 빠졌습니다. 동호인들 사이에 ‘해장 자전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1시간만 페달을 밟으면 술기운이 금세 달아납니다. 비즈니스 모임이 많아 알코올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 자전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 자전거에서 배운다

그는 자전거를 타면서 도전과 부드러움 등 ‘경영의 두 바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직원들과 함께 듣고 싶다며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를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직원들에게 빼빼로 과자를 선물했다.

“11월 11일은 공정거래법상 회사가 LG에서 계열 분리된 날입니다. 회사의 생일이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빼빼로 데이로 더 유명하더군요. 회사가 사원들에게 가깝게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또 MTB로 산에 도전하는 것과 기업의 길은 닮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트랜스 알프스에 참가했을 때 해발 3000m를 넘어가자 숨이 차고 엉덩이 부위에 상처가 많이 나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중도에서 포기할 수가 없더군요. ‘내가 한국 대표팀이다’라고 생각하며 페달을 밟았습니다.”

LS전선은 지난 2년간 4개 기업을 인수하고 중국 공장 설립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이 성장해야 직원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전선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MTB에서 배운 근성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 아내의 이름은 완주 씨?

구 부회장은 “철인 3종 경기 참가를 권유받지만 시간을 많이 뺏기고 몸도 혼자만의 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내(이현주 씨·48)가 알프스 대회 내내 냉수 떠 놓고 사고 나지 말라고 기도했답니다. 깎아지른 절벽도 지나야 하는데 구경꾼은 보기만 해도 겁을 먹습니다. 트랜스 알프스 대회를 무사히 완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내가 자신의 이름을 ‘완주’라고 바꾸고 싶었답니다.”(웃음)

50대에 접어든 그의 자전거 타기에는 원칙이 있다. 직원들과 함께 타지 않는다. 공사 구분을 해야 하고, CEO 쪽으로 사람이 몰려 바람직하지 않은 사내 그룹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들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 중인데 시간이 되면 함께 자전거를 자주 타고 싶습니다. 북미 로키 산맥도 넘고 남미 파타고니아 초원의 풍경도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그는 “지금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대한민국 전체가 한편의 영화처럼 아름답다”며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자전거의 모든 것 한눈에… 2006 서울 바이크 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9∼11일 열리는 ‘2006 서울 바이크 쇼’는 국내외 최첨단 자전거 및 관련 용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이 행사에는 MTB와 사이클, 묘기용 자전거 BMX(Bicycle Motor Cross) 등 국내외 41개 회사의 2300여 모델이 전시된다.

관심을 끄는 제품은 세계 최초로 프레임을 용접하지 않고 만든 ‘스카이 라이더’. 이 제품은 국내 업체에서 개발한 것으로 MTB는 700만∼900만 원, 생활레저 형은 100만∼300만 원이다.

20인치 이하의 바퀴로 휴대하기 간편한 미니벨로, 항공기 소재인 티타늄을 사용해 가격이 1500만 원이 넘는 첨단 자전거, 2인승 접이식 자전거 등 이색 자전거도 전시된다. 자동차 브랜드로 유명한 ‘포르셰’와 ‘페라리’가 제작한 기념 자전거와 명품 자전거도 있다.

한국자전거협회 김진수 홍보위원은 “1990년대 이후 자전거는 신소재의 등장으로 가볍고 빨라지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자전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멧, 유니폼, 액세서리 등 자전거 관련 장비도 함께 전시된다. BMX 묘기 이벤트가 열리며 매일 접이식 자전거 50대가 경품으로 제공된다. 02-797-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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