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영동선 흥전∼나한정역 스위치백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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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백 철도로 통리의 낙동정맥 산마루를 넘어 내려온 영동선 열차가 강원 삼척시 도계읍을 지나 오십천을 따라 동해를 향해 달리고 있다. 삼척=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스위치백 철도로 통리의 낙동정맥 산마루를 넘어 내려온 영동선 열차가 강원 삼척시 도계읍을 지나 오십천을 따라 동해를 향해 달리고 있다. 삼척=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바로 지금이다. 기차를 타고 가을 속을 달리기에 좋은 때는.

산등성을 뒤덮은 잎갈나무(낙엽송) 숲은 이름 그대로 바늘잎 푸른빛을 노랗게 바꾸며 온 산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철길 따라 달리는 길가 은행나무도 샛노랗게 변한 이파리 무더기로 농익은 가을을 채색하고 있다.

이 가을. 찾을 곳이 있다. 머지않아 이 계절 낙엽처럼 사라질 시골의 한 역이다. 이곳은 타고 내리는 이가 한 사람도 없다. 역사도, 대합실도, 진입로도 없다. 오직 여섯 명의 역무원이 등대지기처럼 24시간 철도를 지킨다.

영동선 철도의 나한정역(강원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한국철도에서 가장 경사가 심한 통리(태백시)와 도계(삼척시)를 잇는 가파른 산악의 철도역이자 국내에 유일한 스위치백(switch back) 철도 구간의 한 끝이다.

스위치백은 ‘자세를 반대로 바꾸다’는 뜻. 열차가 가파른 산길을 오르거나 내려가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로 이동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스위치백 시스템은 산을 감아 오르는 루프식 철도를 놓기 불가능한 곳에 설치된다.

“좀 아쉽지요. 화물과 여객의 운송 시간을 줄여주니 그리 되어야 하겠지만….”

현재 건설 중인 루프형 우회 철길이 2009년경 완공되면 폐쇄될 나한정역과 스위치백 철도에 대한 부역장 유재목(47) 씨의 소회다.

스위치백 철도에는 하루 70∼75회(객차 24회 포함) 기차가 지나간다. 이 역에 진입한 기차는 후진하기 위해 역 구내의 철길 끝까지 들어간다. 그런 뒤 1000분의 30(1000m당 30m 상승) 급경사 철로를 통해 서서히 산을 오른다. 이 스위치백 구간은 다음 역인 흥전까지 1.5km. 통과에는 5분이 걸린다.

흥전역이나 나한정역에 진입한 객차에서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스위치백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잠시 후진한다는 내용. 흥전역의 환경은 나한정역보다 더 열악하다. 나한정역은 주위에 민가(15가구)도 있지만 이 곳은 근무자도 기차로만 오가야 하는 산중턱 절벽 위 오지다. 승객은 역사무실의 외벽에 쓰인 글을 보고 이 곳이 스위치백 철도역임을 안다.

나한정역에서 후진으로 올라온 기차. 다음 역 심포리로 전진하려면 흥전역 구내 철길 끝까지 후진시켜야 한다. 그 막장에 가보았다. 까마득한 절벽 위다. 그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거대한 계곡의 흥전리 풍경이 기막히다. 스위치백 철도가 사라지면 멋진 전망대로 활용할 만한 곳이다.

흥전역을 떠난 기차가 심포리에 도착한 것은 5분 뒤. 역은 여전히 통리와 도계 사이의 깊고 급한 계곡 중간에 있다. 다음 역은 통리. 급경사 구간의 마지막(최고 지점)으로 급경사를 이리저리 돌아서 오르는 구불구불한 철도가 8.6km(10분 소요)나 이어진다.

이 심포리와 통리 두 역은 서민들의 손길과 애환이 깃든 곳이다. 1963년 지금의 철길이 가설되기 전만 해도 서울과 동해, 강릉을 오가는 객차는 모두 이 두 역이 종착역이었다. 두 역을 잇는 철도(1.1km)가 있지만 경사가 급해(15도) 운행할 수 없었기 때문. 그래서 승객들은 두 역 사이의 산기슭을 걸어서 오르거나 내려가야 했다.

하산 길은 그나마 수월했다. 반면 한 시간이 꼬박 걸리는 등산 길은 고역이었다. 특히 노인들에게는. 그래서 역에는 봇짐이나 가방을 운반해 주기 위해 지게꾼이 있었다. 까까머리 학생들도 달음박질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자리를 잡아주고 수고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화물차는 달랐다. 통리역에서 케이블을 연결해 두 칸씩 매달아 끌어 올리거나 내렸다. 이것이 역사로만 전해지는 인클라인 철도다. 통리와 나한정, 이 두 역을 잇는 가파른 산악은 이렇듯 인클라인과 스위치백, 두 시스템으로 연결(1940년)됐다. 그러던 중 인클라인 철도는 우회철도 개통으로 1963년 사라졌고 스위치백도 퇴역을 앞둔 상태다.

○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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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타기=강릉행 혹은 강릉발 열차(영동선), 정동진 해맞이 열차가 모두 통리∼나한정 구간을 지난다. 자동차 여행객이라면 ‘도계∼통리’ 구간만 탑승한다.

▽찾아가기=통리역 나한정역 모두 38번 국도변에 있다.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국도∼영월∼태백∼통리∼나한정∼도계∼삼척. 철도고객센터 1544-7788

▽패키지 여행=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과 태백시, 스위치백 철도를 통해 동해안 정동진으로 간 뒤 버스로 귀경하는 하루 패키지가 있다. 매주 토요일 출발(청량리역), 4만9000원.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삼척=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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