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감각을 통해 파악하는 세계는 과연 객관적인 걸까? 실재하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할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가득한 빛 가운데 사람은 자외선과 적외선을 보지 못한다. 적외선은 열에서 나온다. 뱀은 사람보다 훨씬 더 적외선을 잘 파악한다. 대신 그들은 다른 다채로운 색깔들은 제대로 못 본다. 뱀의 눈에 들어온 밀림과 사람의 눈에 들어온 밀림은 완전히 다르다.”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이다. 인식론의 주제를 일본의 동물학자가 접근해 본 책이다. 어려운 말들은 모두 접어둔 채 지은이가 했던 실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호랑나비 배추흰나비 고양이 고슴도치 등을 관찰해서 이들이 세계를 어떻게 파악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지 쉽고 흥미 있게 써 놓았다. 동물들 각각은 그들 나름의 ‘일루전(illusion)’에 따라 세상을 본다는 게 지은이의 주된 생각이다. 일루전은 환상, 착각, 환각이란 뜻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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