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맛보기프로그램(정규 편성 전 시청자 반응을 보기 위해 시험적으로 내보내는 프로그램) ‘신기한 지구인’(금 오후 7시 5분)은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외계인의 시선을 빌려 보여 준다. 첫 번째 주제는 ‘거짓말’.
▽9남매의 거짓말=제작진은 9남매를 거느린 한 가정을 찾았다. 9세 아들은 일어나자마자 거짓말을 한다. “이 닦고 세수했느냐”는 엄마의 질문에 당당하게 “네”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 아이는 얼굴에 물을 딱 두 번 묻혔고 양치질은 하지도 않았다.
3세 아들은 컵을 갖고 놀다가 흥미가 떨어지자 마루에 팽개쳤다. 엄마가 컵이 왜 바닥에 있느냐고 묻자 아이는 두 살배기 동생을 가리키며 말한다. “쟤가 그랬데요.”
주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거짓말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동물의 거짓말=인간의 거짓말은 동물에서 유래된 것일까. 둥지를 지키던 꼬마물떼새는 위험이 닥치면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적을 유인한 뒤 일부러 아픈 척한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침팬지도 거짓말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 실험자가 한 침팬지에게 바나나를 쌓아둔 곳을 알려준다. 다른 침팬지가 바나나를 찾자 이 침팬지는 엉뚱한 곳을 가리킨다.
▽카사노바의 거짓말=5명의 여자를 동시에 사귀며 돈을 뜯던 K(28) 씨. 그가 5명의 여자에게 밝힌 이름 직업 주소 등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의 행각은 그가 뇌중풍(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5명의 여자가 동시에 병문안을 오는 바람에 들통 났다. 피해 여성들은 한결같이 매너 좋게 자신을 존중해 주던 카사노바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카사노바 스스로도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었다. 카사노바 최고의 거짓말은 “사랑한다”였다. 많은 여성들은 전모가 밝혀진 뒤에도 카사노바에게서 “너와 함께 했던 순간만큼은 너를 사랑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남규홍 PD는 “우리가 평소 간과하는 인간의 본성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자 외계인을 등장시켰다”며 “앞으로 돈 고독 웃음 섹스 정직 폭력성 식욕 등의 주제를 파헤쳐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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