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스크린쿼터 보호 근거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코멘트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는 20일 총회를 열어 ‘문화 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협약’(문화다양성협약)을 채택했다.

외국과의 경쟁에서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려는 조치를 허용하는 국제법적 근거가 최초로 마련됐다는 점에 이번 협약 채택의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도 국제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154개국 대표가 참석한 이날 총회 표결에서 148개국이 찬성하고 4개국은 기권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2개국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협약은 각국에 △문화 다양성 증진을 위해 규제를 취할 수 있는 권한 △소멸 위기에 처한 자국 문화 보호를 위한 지원 등을 허용했다. 30개국이 비준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또 다른 국제협약과의 관계 설정에서 문화다양성협약은 이 협약이 다른 협약들에 종속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즉 다른 국제협약의 의무를 이행할 때 문화다양성협약을 반드시 고려하라고 명시했다.

외신들은 압도적인 표차로 협약이 통과되자 채택을 막기 위해 전방위로 압력을 행사해 온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 신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협약 채택을 둘러싸고 진행된 논의 과정은 한마디로 미국이 다른 모든 나라와 맞서는 양상이었다. 미국은 협약이 정보와 상품,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류를 막는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화로 인해 자국의 문화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대다수 국가는 ‘할리우드, 빅맥, 코카콜라’로 대변되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쪽에 표를 던졌다. 미국은 초안에 대해 28개의 수정 조항을 제안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같은 영어권이면서 미국의 영원한 우방인 영국마저도 협약에 찬성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