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사하는 간호사’…국내 첫 法醫 간호사 육지영씨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11분


“성폭력을 당한 어린이나 여성이 수치심에 사로잡혀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않을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수사 실무능력과 의학 지식을 갖춘 ‘법의(法醫·Forensic)간호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성폭력 전담기관인 대구 중구 삼덕동 ‘해바라기 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육지영(陸志映·33·사진) 씨가 주인공.

그는 아동 성폭력 추행 피해자의 상담과 심리치료를 하며 경찰의 과학수사에 참여해 의학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을 한다.

경찰의 협조 요청이 있으면 현장으로 달려가 성폭력 피해자의 상태와 주변 정황을 면밀히 살펴 증거를 확보한다.

지난달 25일 경북대 수사과학대학원을 졸업한 육 씨는 같은 대학원에 재학 중인 후배 이경아(李景娥·33·여) 씨와 함께 ‘해바라기 아동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법의간호사’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초동수사 단계에서 증거 훼손을 막는 등 수사 활동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2003년 경북대 수사과학대학원이 법의간호과를 개설해 지난달 졸업생 5명을 배출했다.

종합병원에서 7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육 씨는 “성폭력 피해자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친절한 상담을 통해 용기를 북돋워준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40여 명의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한 그는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고 이들이 사회에 정상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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